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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직장인] 부천시 정책연구단 박현섭 기술팀장…일상의 부조화 그냥두지 못합니다


내년이면 공직생활에 몸담은 지 20년이 되는 경기 부천시 정책개발연구단 기술팀장인 박헌섭씨(43·토목 6급). 그는 오늘도 모든 사물이 새롭고 신기해 보인다. 중동신도시의 뻥 뚫린 도로를 달려 시청 5층 사무실까지 계단을 오르면서도 그는 습관처럼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중동 신도시에 11만여 그루의 가로수가 식재해 있는데도 왜 상쾌하지 않는 걸까’ ‘깊은 수면을 취했는데도 왜 머리가 띵하고 답답할까’ .

박팀장의 머리속에는 항상 물음표가 따라 다닌다. 그리고 일상생활 속의 사소한 부조화라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반드시 해결점을 찾아내서 느낌표와 감탄사를 이끌어내야만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이러한 집념이 그를 ‘특허제조기’로 만들었다.

그는 지난 7월께 자연친화형 공법으로 도심 하천을 되살리는 ‘식물의 생육이 가능한 콘크리트 수로 및 그 공법’을 특허출원했다.

어느 여름날, 버스를 기다리다 우연히 지하에서 풍겨나오는 악취가 그의 궁금증을 발동시킨 것이다.

박팀장은 기존의 U자형 콘크리트 지하수로에서 식물이 생육하지 못해 자연정화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수개월의 연구끝에 수로의 토목적인 안정성은 그대로 유지한 채 식물이 생육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바닥과 측벽에 식재기반 토양을 형성하는 공법을 고안해 냈다. 이 결과 수로에 갈대·부들·꽃창포 등의 수생식물이 식생하면서 수질정화 효과와 함께 악취제거는 물론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생태하천으로 변모했다.

박팀장은 “오·폐수의 자연정화를 통해 생태하천을 복원하는 이 공법은 전국 도심지 생태하천 복원을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팀장은 도심지 공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도 늘 못마땅했다. 그의 호기심이 발동한 것은 당연했다. 그는 중동과 일산 등 5개 수도권 신도시의 가로수가 3그루 중 하나꼴로 말라 죽어 가고 있는 사실에 경악했다. 이들 신도시는 진흙땅인 농경지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비가 오면 빗물이 진 땅위에 그대로 고이면서 복토층을 떠돌다가 가로수 뿌리를 썩게 만든다는 것에 주목했다. 그는 가로수 밑에 진흙층을 관통하는 구멍을 뚫은 뒤 모래와 자갈을 넣어 배수를 돕는 모래기둥 공법을 고안했다.

부천시는 최근 이 공법이 성공할 경우 1만1000여그루의 중동신도시 가로수를 다시 심기로 결정했다.

박팀장은 또 건물 실내의 기류이동과 온도변화에 따른 인체의 영향을 따지다가 ‘실내공기청정시스템 및 공기청정장치’를 고안했고 지난해에는 정수장 등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걸러내는 ‘악취방지 받침대’를 각각 특허 출원했다.


최근 2년 동안 5개의 특허출원을 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으면 일반 기업체로 옮길 경우 상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개인의 영달보다는 공익이 우선이지요”라며 머쓱하게 웃는 박팀장은 영락없는 공무원이다.

박팀장은 요즘 한마디로 물이 올랐다. 사물을 바라보는 세심한 관찰과 일상생활에서의 부조화에 대해서도 척척 눈에 들어올 정도라고 말한다.

/ kubsiwoo@fnnews.com 조정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