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실기업 정리 이후의 과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2 05:17

수정 2014.11.07 12:15


부실기업 정리는 금융부실을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유일한 방책인 동시에 우리경제가 당면한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체력강화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40∼50개로 추정되는 부실기업의 퇴출은 구조조정의 획기적인 분수령이랄 수 있다. 그러나 일거에 많은 기업의 퇴출과 청산이 몰고 올 충격과 후유증 또한 구조조정 못지 않은 새로운 부담이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면 경제의 체력강화는커녕 구조조정 효과를 반감시킬 위험이 남는다. 그런 의미에서 퇴출기업 명단 발표를 하루 앞둔 2일 발족된 구조조정 지원단의 책무는 참으로 중차대하다 할 것이다.

부실기업의 대량 퇴출에 따라 채권은행은 당장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과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충족 문제가 부담으로 남으며 이는 2차 금융구조조정의 새로운 변수가 된다. 또 건실한 중소기업이 유탄을 맞아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개연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중대한 과제로 떠 오른다.
그러나 보다 심각한 문제는 기업퇴출과 정리가 몰고 올 대량 실업사태이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 우리 경제는 성장이 둔화되고 물가는 오르며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부실기업 퇴출의 후유증을 어떻게 흡수 극복하느냐에 따라 이러한 예측은 더욱 나빠질 수도 있다.

개혁의 원칙과 당위성은 이미 사회적 공감이 형성되어 있다고 하겠으나 이는 그에 따른 충격과 후유증을 합리적으로 극복함으로써 고통 분담이 가능할 때에만 비로소 힘을 얻는다.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공공부문에는 눈을 감은채 민간부문에만 채찍을 휘두르는 것은 고통분담이 아니다. 이미 일방적 희생은 용납할 수 없다고 강경한 입장을 천명하고 있는 노조를 설득하여 개혁에 동참시키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공공부문에 대해서도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또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직후 실업급여,취업훈련,공공근로를 3대 축으로 실시했던 실업대책이 여러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효과가 있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량 실업이 사회불안으로 이어져 다시 경제에 역충격을 준다면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효과가 반감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라도 보다 효율적인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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