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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D-데이]강제통합 피한 외환銀…독자생존 갈길은 멀다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2 05:18

수정 2014.11.07 12:15


외환은행이 외국계 대주주를 방패삼아 서슬 퍼런 ‘강제통합’ 판정에서 가까스로 비켜섰다.

지난 98년 은행권 1차 합병때 독일 코메르츠 방크를 대주주로 영입하면서 극적으로 ‘합병태풍’을 피한데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그러나 외환은행이 자기 희망대로 독자생존에 성공할지는 여전히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계에서는 외환은행이 일단 홀로 설 수 있는 시간을 벌었지만 내년쯤 스스로 합병 상대를 찾아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강제통합 비켜선 외환은행=금융감독원과 은행 경영평가위원회는 고심끝에 외환은행에 또 한번의 기회를 주었다. 외환은행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서만 갖고 평가한다면 도저히 ‘합격점수’를 줄 수 없지만 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31.6%)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이번 부실기업 2차 퇴출심사에서 퇴출판정을 받게 된 거래업체가 많아 현대건설을 빼더라도 최소한 6000억원 이상의 추가부실이 예상된다는 게 경평위의 판단이다. 외환은행은 현대건설에만 7000억원을 빌려주었지만 이 여신을 모두 ‘정상’으로 분류해 충당금을 한푼도 쌓지 않은 상태다. 경평위는 외환은행이 외환카드 지분을 주당 4만5000원씩에 팔아 450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도 주식 가치를 너무 부풀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코메르츠방크가 외환은행의 6000억원 증자에 2000억원을 대겠다는 입장을 밝힌 마당에 이를 무시하고 지주회사 강제편입을 강행하기도 어려운 형편. 이에 따라 금감원은 외환은행에 증자를 실행할 시간을 주고,추가부실을 메울 수 있는 2차 자구계획을 받는 선에서 ‘조건부 합격’을 결정했다. 엄밀히 말하면 ‘판정 유예’를 한 셈이다.

◇독자생존 가능할까=외환은행은 증자와 함께 외환카드 매각지분을 늘리고,자구계획의 강도를 높이면 충분히 독자생존할 수 있다는 입장. 다른 은행과의 합병 역시 독자생존 기반을 갖춘 다음 대등한 상태에서 능동적으로 합병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외환은행의 앞날을 반신반의하고 있다. 추가로 떠안게 된 부실이 생각보다 커 말처럼 쉽게 부실을 털어낼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는 것이다.
또한 내부 응집력이 약한 특유의 조직문화로 인해 자구강도를 높이는데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적자금을 받은 부실은행들은 금융지주회사로 묶여 초대형화되고,우량은행들은 상호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상황에서 외환은행의 영업력이 뚝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외환은행은 또 한번의 위기를 맞아 불리한 합병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도 있다.

/ kyk@fnnews.com 김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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