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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D- 데이]부실 '빅4' 모두 '구사일생'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2 05:18

수정 2014.11.07 12:15


구조적 유동성 부족으로 향후 정상영업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퇴출기업 명단이 3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리는 은행장회의에서 최종 확정, 발표된다.

그러나 현대건설, 쌍용양회, 고합, 진도 등 ‘부실기업 빅4’는 모두 조건부 회생될 것으로 보이며 시장에서 퇴출소문이 무성했던 상당수 기업들도 회생쪽으로 급선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퇴출대상 기업은 현재 법정관리가 진행중인 70여개 기업과 일부 회색기업(퇴출·회생불투명)중에서 집중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부실기업 ‘빅4’ 조건부 회생=채권단간 이견차이가 심한 현대건설과 쌍용양회는 3일 오후 은행장회의에 앞서 열리는 채권단회의에서 최종 생사여부가 판가름날 전망이다.그러나 현대건설과 쌍용양회는 조건부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큰 상태다.고합은 지난 1일 채권단 서면결의 결과 워크아웃 계속진행에 대한 찬성률이 75%를 넘어 회생쪽으로 분류됐다.진도는 ‘매각대상’으로 분류돼 아예 이번 심사에서 제외됐다.따라서 ‘부실기업 빅5’중 퇴출되는 기업은 동아건설 하나에 그칠 전망이다.

상당수 회색(퇴출·회생불투명)기업들도 법정관리· 워크아웃 기업은 ‘조건부 승인’을 얻어내 기사회생한 것으로 드러났다.서면결의를 마친 성창기업, 고합, 새한미디어, 새한, 벽산건설 등은 서면결의 결과 최소 80%이상의 찬성으로 회생이 결정됐다.성신양회 역시 영업이 호조를 보여 강력한 자구를 전제로 ‘조건부 회생판정’을 받았다.주식시장에서 퇴출기업으로 거명돼 온 영창악기제조는 영업이 호전되고 있다고 판단, 퇴출대상에서 제외됐다.조양상선도 영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이자를 잘 내고 있는데다 해운경기가 살아나고 있어 강력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채권단으로부터 회생판정을 받았다.이밖에 한창, 고려산업, 남선알미늄, 신호제지, 동양철관, 신호유화, 동국무역, 맥슨전자, 쌍용건설 등도 구조적 유동성 부족을 겪고 있는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회생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퇴출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퇴출판정 기업 50여개=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2일 “이번 퇴출기업 발표에서는 법정관리· 청산되는 30여개 기업과 매각 및 화의기업 20개 등 모두 50개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업체중에서는 갑을, 갑을방적, 신원, 동보건설, 피어리스 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갑을과 갑을방적 채권단 관계자는 2일 “채권단 서면결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으나 채권단 사이에서는 회생이 극히 불투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피어리스 채권단 관계자도 “막판까지 채권단간 이견이 많아 진통을 겪고 있다”며 “퇴출대상에 오를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특히 이들 기업은 채권단간 이견차이가 심한데다 대부분 업체가 최근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채권단협의회가 2∼3차례 결렬되는 등 진통을 겪어 왔다.법정관리 기업중에서는 해태유통이 최우선 순위로 떠오르고 있다.해태유통 채권단 관계자는 “해태유통 퇴출이 거의 확정적”이라고 밝혔다.또 한양 등 7∼8개 업체도 퇴출 명단에 오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대부분의 은행들은 2일 밤 늦도록 주채권은행 주도로 이견을 최종 조율했으며 3일 발표전까지 명단 수정도 검토하고 있어 유동적인 상황이다.

◇퇴출판정 시장에 미치는 영향 미미할 듯=일단 정부와 금융당국은 퇴출기업 명단발표를 시장 충격 완화를 위해 주식시장이 마감된 오후 3시 이후에 발표한다고 밝혔다.그러나 퇴출파장은 당국의 예상과는 달리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이번 퇴출대상에 굵직한 업체들이 대부분 ‘면죄부’ 판정을 받은데다 이미 시장에서 퇴출발표가 더이상 악재가 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실제로 현대건설 법정관리 소문이 퍼졌던 지난 1일 주식시장은 전날보다 30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퇴출발표’가 더이상 악재가 될 수 없음을 입증했다.경제적 파급효과도 미미한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일단 퇴출되는 업체 대부분이 이미 영업수익으로 이자도 못내는 한계기업이라는 점이 그 이유다.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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