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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으로 돌아가자]정책부재가 위기 키웠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5 05:18

수정 2014.11.07 12:13


퇴출기업 명단이 지난 3일 발표됐다. 그간의 경제불안이 구조조정의 지연에 있었지만 이번 조치로 시장이 곧바로 살아난다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퇴출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구조조정의 분명한 모델을 제시하는데도 실패했다. 따라서 안팎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더욱이 매번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만 위기를 인식하는 버릇이 고쳐지지 않는 한 우리는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우리의 국가경쟁력은 전망을 어둡게 한다.
아직도 무엇하나 내세울게 없다. 추상적인 동방예의지국이나 근면한 국민성 등에 대해서도 의문이 가는 세태다. 오로지 자신만 생각한다. 절차보다는 요령이 앞서고 한가지 일에도 사안에 따라 다른 원칙이 적용된다.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98년 35위에서 지난해 38위로 더욱 낮춰 평가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은 우리의 문제를 국제화와 자율화의 부족, 뇌물성 부정과 정책의 투명성 부족, 노사관계, 품질대비 높은 상품가격, 기업경영층의 혁신부족을 꼽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전국은 주식판에 눈이 멀어 옛날처럼 착실히 번다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다. 정부도 한번 된서리를 맞았으면 적신호에 대한 수위를 좀더 넓게 잡고 대처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우리는 위기의 불씨를 끄지 않은 채 거품 속에서 조그만 과실에 만족했다. 반짝이던 주가폭등을 정부는 단시간에 이룬 치적으로 삼고싶은 듯했다. 기업도 이를 이용, 자기 배를 불리는데 급급했다. 기업윤리는 씨가 말랐다. 빈발하는 도덕적해이도 따져보면 불법·탈법이다.

행태가 이런데도 정부는 마음만 급하다. 언제까지 마무리짓겠다는 식의 다짐을 하지만 벽에 부닥치면 금방 물러선다. 이를 반복하다보니 공신력은 물론 공권력조차 무너지고 있다. 자유가 방종이 돼버렸다. 양보해야 할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더하다. 이제 땜질식으로 치료가 불가능하다.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한다. 하루아침에 고칠 수는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결해야 한다. 문제점을 찾아내야 한다.

과거 급격한 경제발전을 일궈낸 우리를 세계는 높이 평가했다.우리는 성장의 주체인 동시에 과실의 수혜자였기에 경제발전의 모델로 인정하기도 했다.2만달러 이상의 높은 소득을 자랑하고도 선진국으로 평가받지 못하고 산유국으로 분류됐던 대부분의 중동국가들이 국민소득을 석유에만 의존했고 그나마 개발도 외국인이 주축이었던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다시 말해 우리는 그들과 펀더멘털(기초)이 달랐다.그러나 다르다는 펀더멘털도 결국 위기를 피해가지 못했다.

펀더멘털이 건실하다는 우리가 왜 위기에 빠져드는가.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것은 아닌가.반도체와 자동차를 세계에 내다팔고 정보통신분야에도 발빠르게 적응하는 우리가 왜 위기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정부·기업·국민 등 각 경제 주체들이 우선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경제는 정직하다. 이제부터라도 교과서적인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경제에는 분명 장래가 있다.

/ aji@fnnews.com 안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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