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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계열투신 ˝우리는 안전˝

박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6 05:19

수정 2014.11.07 12:12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현대건설 사태를 놓고 그룹 계열 투신사인 현대투자신탁증권과 현대투자신탁운용이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한국투신 대한투신 등 대형투신사들이 현대건설 채권 부실화에 따른 펀드 수익률악화 및 고유재산 부실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현대투신은 현대건설 채권 편입규모가 적고 현대 계열사 주식 편입비율도 얼마 안되기 때문이다.

현대투신의 계열사 투자비중이 낮은 이유는 현행 투자신탁업법이 지난 98년 4월1일 이후부터 현대 SK 삼성 등 대그룹 계열투신사들에 계열사 주식과 채권을 일정 비율이상 펀드에 편입하지 못하도록 규정해 놓은 탓이다.


관련법에 따르면 계열 투신사의 경우 주식은 각 펀드별 신탁자산의 7%내에서, 채권은 운용사 자본금에 대해 계열사 참여지분 범위내에서만 투자가 가능하다. 따라서 최근 그룹 주력기업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현대그룹의 경우 계열투신사인 현대투신은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그룹 여파를 별로 받지 않았다.이 같은 사정은 삼성투신 SK투신 등 다른 대기업 계열 투신사들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현대건설과 현대투신의 경우 펀드별 신탁자산이 100억이라고 가정했을 경우, 주식 편입가능액은 7억원 수준이고 운용사의 자본금이 1500억원이라면 1350억원 범위내에서 채권 투자가 허용된다.현대투신의 각 펀드별 주식편입 총액은 1493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삼성투신의 경우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 편입 제한규정에 묶여 인덱스플레이도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삼성전자 주가가 폭락할 경우에는 블루칩이라는 이유로 계열 투신사보다 편입비율을 높힌 일반 투신사들보다 펀드가 부실화 될 위험성이 적게 된다.


이 같은 이유로 동아건설과 현대건설 등이 자금난으로 퇴출되거나 극심한 어려움을 겪을 때 한투 대투 등 대기업과는 무관한 비계열사 투신사들은 유동성 문제가 시장의 주요 관심사로 부각됐으나 정작 계열 투신사들은 펀드 편입 규제로 인해 오히려 유동성에는 별다른 문제점이 노출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 대기업계열 투신사 관계자는 “시장이 좋았을 때 계열사 투자 제한 조항이 다분히 악법으로 느껴 질 때가 많았다”면서 “그러나 최근처럼 시장이 흔들릴 때는 오히려 이런 규정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는 씁쓸한 생각까지 든다”고 말했다.

/ mkpark@fnnews.com 박만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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