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현대건설 자구안]'건설만은 살린다' 벼랑끝 고육책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6 05:19

수정 2014.11.07 12:12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이 6일 자신의 보유 주식을 모두 매각해 회사를 살리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채권단은 정 의장의 지분 매각안이 불충분하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따라 현대로선 7일 제2 금융권 채권단협의회에서 만기연장 결정을 이끌어내야하는 더욱 절박한 입장에 몰리게 됐다.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날 “정몽헌 의장이 그룹의 모기업인 건설을 살리겠다는 의지가 강력하지만 현 상태로는 연말까지 돌아오는 물품대금과 2금융권 차입금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 건설이 제시할 추가자구안 내용=정 의장이 자신의 보유주식을 내놓아 조성하는 자금 규모는 3일 종가 기준으로 827억7000만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정 의장이 매각을 밝힌 보유주식은 ▲현대전자(1.7%) 677억원 ▲현대상선(4.9%) 134억원▲현대상사(1.22%) 11억원 ▲현대석유화학(0.1%,비상장) 5억7000만원 등이다.정 의장 입장에서는 사재출자와 서산농장 매각 이외에 더 이상 제시할 내용이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정 의장 지분 매각 발표는 건설 살리기에 모든 것을 다한다는 상징적인 의미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 일각에서는 알짜 계열사의 매각 요구도 나오고 있지만 마땅히 매각할 기업도 없고 현실적으로 당장 현금화 하기에도 어려운 입장이다.건설 보유 현대아산과 석유화학 지분을 중공업이 매입해줘 1600억원을 마련하는 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밖에 현대성우와 현대산업개발 등 친족기업들이 현대건설이 보유한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이 현실성이 있는 추가 자구안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 얼마나 버틸 수 있나=제1금융권 채권단이 현대의 기업어음을 포함한 채권을 연말까지 만기연장해 주는 대신 물품대 등 진성어음은 현대가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되 부도가 날 경우 법정관리로 간다는 것이 지난 3일 퇴출기업 명단 발표때 채권단의 방침이었다.현대는 당장 오는 9일 삼성생명 회사채 250억원의 만기가 돌아오는 데다 10일까지 해외차입금인 보증사채(BW) 900억원 등 1150억원을 이번주 중에 상환해야 한다.현대가 이달에 막아야 할 진성어음은 2100억원,12월에는 2400억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그러나 6일 하루에만 개인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 기업어음 상환요구액이 200억원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대건설의 자금 수급에 의외의 복병이 등장했다.제1 금융권은 차입금의 만기연장을 연말까지 해주기로 했지만 7일로 예정된 제2금융권의 만기연장 합의 여부도 현대건설 사태 수습의 관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현재 현대건설의 총 부채는 5조3000억원.국내 차입금 3조5000억원중 1금융권이 2조4500억원,2금융권이 1조500억원이다.따라서 2금융권이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는다면 현대건설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결국 현대자동차 소그룹을 비롯한 범 현대 계열사들이 현대건설 살리기에 나서지 않는다면 현대건설 감자 및 출자전환이라는 정부와 채권단의 요구를 수용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전망이다.

/ minch@fnnews.com 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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