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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내서 벤처투자…창투사 '몰염치'

이장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7 05:19

수정 2014.11.07 12:12


코스닥에 등록된 창투사들이 프라이머리 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CBO) 발행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동원창투·한솔창투·TG벤처 등 코스닥등록 창투사들이 자금확보를 위해 프라이머리 CBO를 이미 발행했거나 현재 추진중이다.

창투사들이 CBO발행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코스닥시장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보유주식 평가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이들 창투사들은 시장 침체로 증자길이 막혀있고 투자조합도 결성도 번번이 실패해 현금흐름면에서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게다가 창투사들의 신용등급도 대부분 BBB-이하여서 일반회사채 발행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에 따라 프라이머리 CBO 발행이 자금난 해소에 마지막 방편이 되고 있다.


◇위험한 곡예=동원창투는 지난 7월31일 각각 만기 1년6개월, 2년짜리 프라이머리 CBO를 발행, 160억원을 조달했다. 지난달 9일에도 신흥증권 및 세종증권을 통해 100억원을 차입했다.

한솔창투와 TG벤처도 프라이머리 CBO를 통해 지난 9월과 10월에 각각 100억,150억원의 자금을 끌어왔다.

한미창투·한림창투 등은 현재 프라이머리 CBO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TG벤처의 한 관계자는 “주가가 너무 낮아 증자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투자조합결성률이 현저히 떨어져 자금을 구할 길이 막막해졌다”며 “현재는 프라이머리 CBO발행이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동원창투 관계자는 “최근 벤처기업들이 자금난에 봉착하며 헐값에 펀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자금이 묶여 있어 투자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코스닥시장이 바닥인 것 같아 투자에 나서려 하지만 실탄이 다 떨어진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자금운용 미스매치 우려=증시관계자들은 창투업체들이 빌린 돈으로 벤처투자를 하겠다는 것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대출금 상환이 주목적인 프라이머리 CBO 발행취지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CBO 만기와 벤처투자자금의 회수기간이 어긋나면 창투사들이 더욱 어려운 지경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자금경색에 시달리는 창투업체들이 CBO 발행을 통해 투자자금을 조성하려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다.

일부 창투사들은 코스닥 및 프리코스닥시장 침체에도 불구, 투자 자금회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TG벤처는 투자업체에 대한 사후관리작업에 본격 나섰지만 이미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한 업체가 50%, 자본잠식인 상태인 회사도 20%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한기술투자는 총 200여개 투자업체 중 5개가 이미 부도처리됐고 10여개 업체가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뒤늦게 등급별 분류를 통해 관리를 하고 있다.

다른 창투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KTB도 투자기업의 3∼4%에 대해 매각 혹은 대손처리를 고려하고 있으며 한국기술투자도 총 270여개 투자업체 가운데 대손처리 대상이 4%나 된다. 창투사들은 이들 기업에 대해서 인수합병(M&A) 추진 등을 통해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조차 쉽지않을 전망이다.

◇풀리지 않는 자금난=창투업계 관계자는 “자본금 200억원 미만의 중소 창투업체들의 경우 자본잠식 상태”라며 “회사채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을 투자 준비금으로 보유하는 업체가 많다”고 털어놨다.


한림창투 최명진 사장은 “주가가 너무 낮아 증자를 할 수도 없고 코스닥시장의 침체여파로 투자조합결성도 어려워 사면초가에 몰렸다”며 “일부 대규모 창투사들을 제외한 자본금 200억∼300억원 규모의 창투사들은 문닫을 지경에 처해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창투사들이 몰린 현상에 대해 일부 시장관계자들은 당초 예상했던 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화증권의 한 관계자는 “빚을 내서 투자를 하는 것은 창투사들의 모럴해저드가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방증”이라며 “자금줄이 꽉 막힌 창투사들이 지속적으로 사채를 발행하려고 달려들겠지만 프라이머리 CBO의 규모가 한정돼 있는데다가 정현준 사건이 터져 돈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 phillis@fnnews.com 천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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