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모럴해저드 사례와 대책]도덕적 해이 근절 못하면 '공염불 개혁'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7 05:19

수정 2014.11.07 12:11


2단계 기업·금융구조정이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금융기관의 ‘도적적 해이(모럴해저드)’가 우려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는 기업·금융 구조조정의 성과를 반감시킬 뿐 아니라 금융선진화에도 역행하는 처사라는 점에서 시급한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금융모럴해저드=최근 발생한 동방 및 대신금고의 불법대출 사건은 올들어 발생한 금융사고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올 하반기에만 ▲한빛은행 관악지점 대출비리 사건 ▲국민은행 지역본부 20억원대 금고도난 사건 ▲평화은행 일선지점 42억원대 서류위조 대출사건 ▲중앙종금 91억원 전산조작대출 횡령사건 ▲부천 중앙신용협동조합 64억원대 서류위조 대출사건 등 대형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여수신을 담당하는 금융기관 대부분이 거액 금융사고에 시달리고 있다.모두 ‘금융인들의 모럴해저드’로 생긴 사건들이다. 금융구조조정과 관련,신분에 불안을 느낀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한탕 챙겨 달아나자는 식의 잘못된 심리’가 사고의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는 기업대출에서도 나타난다.특히 부실 금융기관들 사이에선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질 경우 정부주도의 강제 구조조정대상에 포함될 것을 우려,대출을 기피하는 부작용이 만연했다.또한 이는 신용경색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직결됐다.대출은 위험가중치(100%)가 높아 BIS비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점을 의식,금융기관들이 기업대출을 피한 채 돈놀이에만 열중하는 또다른 모럴해저드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지난 9월 금융감독원은 한빛은행 검사에서 재무구조 불량업체에 대한 여신 부당취급 등으로 거액의 손실을 초래한 임직원 113명을 제재조치했다.
이는 한빛뿐아니라 모든 은행에서 만연하고 있는 공통적인 지적사항이다.국회 정무위 소속 조재환 의원(민주)은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지난해와 올해의 은행 임원 연봉 및 연봉증가율’를 분석,발표했다.그 결과 조흥·한빛·제일·서울은행 등 공적자금이 투입된 4개 시중은행들이 은행장의 연봉을 지난해에 비해 무려 94∼148%나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일반 은행원의 봉급은 거의 동결한 채 임원들의 연봉만 대폭 인상한 것은 이들 은행경영진의 도덕적해이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한 예다.또 한국은행과 산업·수출입·기업은행 등 4개 국책은행 임직원들이 은행측으로부터 연 1%짜리 초저금리로 받은 주택구입자금규모가 무려 774억원에 달하는 점도 은행경영을 스스로 악화시킨 모럴해저드로 지목되고 있다.

◇증권업계=지난 7월 검찰은 유명 펀드매니저들이 코스닥등록 기업과 결탈해 주가를 조작한 사실을 적발,투신사 펀드매니저 등 8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중재 및 수재혐의로 구속한 바 있다.

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98년 이후 금융당국에 의해 적발된 주가조작 사건은 98년 26건,99년 31건,2000년 29건(7월말 현재) 등 모두 86건에 달한다.
특히 올들어 적발된 29건의 주가조작 사건중 증권사 직원이 개입된 사건도 17건에 달해 증권사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 및 기타업계=삼성생명은 지난해 9월 우리사주조합원들에게 신주 128만주를 매입하기 위한 자금 64억원을 대출해줬다.
일반인들은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10%가 넘는 금리로 돈을 빌리고 있는데 삼성생명 직원들은 주식을 액면가인 5000원에 배정받으면서 주식매입 자금을 무이자로 대출받아 이중으로 실리를 챙겼다. 금고·신협 등에선 대주주가 금융기관을 사금고처럼 이용하고 있다.

◇방지 대책=전문가들은 금융기관 종사자들의 ‘모럴 해저드’야말로 구조조정을 더디게 하고 개혁을 후퇴시키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신동천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와 금융감독 당국 출신들이 금융기관의 고위직을 독차지하고 ▲정치권의 대출 및 인사압력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데다 ▲정부의 무사안일 및 책임회피까지 가세,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가 만연하고 있다”며 금융 종사자들에 대한 ‘도덕 재무장 프로그램’을 활성화 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rich@fnnews.com 전형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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