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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대우차]˝파국은 피하자˝ 노·사 협상 지속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7 05:19

수정 2014.11.07 12:11


대우자동차 노사가 7일 부도 직전에 회사 회생을 위한 자구계획 단일안에 잠정합의했다. 이에 따라 대우차의 최종부도는 가까스로 면하게 됐다. 대우차회생의 최대과제인 순로조운 매각을 위해 부도만은 피하자는 양측의 생각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 노조는 실리를 얻었고 사측도 채권단에 자금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은 셈이다.

그동안 대우차 사측은 “살 길은 노조의 자구계획 동의서밖에 없다”며 노조에 책임을 전가해왔고 노조는 “체불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자구계획 논의에 응할 것”이라며 평행선을 달려왔다. 그러나 아직 모든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낸 것은 아니어서 불씨는 남아있다.


◇노조 설득에 성공한 사측=대우차는 이날 결제금액이 최종부도를 막기 위한 441억원과 만기가 돌아오는 어음 442억원 등 모두 880억원대에 달했지만 금고는 바닥난 상태였다. 최종 부도처리가 불을 보듯 뻔한 상태였다. 특히 대우차가 부도처리될 경우 예상되는 정치·경제적 파급은 과히 ‘메가톤급’에 달해 신임 경영진이 감내하기에는 너무 컸다.

우선 대우차가 부도처리될 경우 9360개에 달하는 1·2·3차 협력업체의 연쇄도산이 불가피,대우차의 생산기반은 송두리째 와해될 것이다. 또 대우차와의 판매망과 연계된 (주)대우,대우자판,쌍용차 등의 줄줄이 도산도 후속타로 대기하고 있었다. 이는 결국 대우차 관련 여신액수가 8440억원에 달하는 한빛은행을 비롯해 조흥은행(4489억원)과 제일은행(4010억원),외환은행(3380억원),한미은행(2352억원) 등 채권금융기관들의 부실로 이어졌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었다.

게다가 국내외 기업이미지는 크게 훼손돼 국내외 판매가 큰 폭으로 줄어드는 것은 물론 최근 진행되고 있는 GM과의 매각 협상도 좌절되거나 지연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특히 한국노총,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해외매각 반대 투쟁과 연계될 경우 노동계 전체의 극한 반발투쟁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 사측은 체불임금의 지급을 약정해주는 대신 노조동의서의 제출을 요구하는 순으로 노조 설득에 임했다고 대우차 관계자는 전했다.

◇노조의 입장도 파국은 피하자=그동안 노조는 회사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비전이나 체불임금문제가 선결되지 않는 한 노조동의서는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히 노조의 생리를 고려해 볼 때 무려 3500명의 감원과 임금삭감 등을 골자로 한 자구계획을 덜컥 수용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노조로서도 회사가 부도처리돼 1만9000여명의 전직원이 거리로 내몰리는 위기상황까지 가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을 것이다.
또 막판까지 버티기에 성공,조합원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공감대만 형성됐다면 노조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줄어든다고 계산했을 것이다.

특히 신임 노조집행부가 꾸려진지 한달도 되지 않아 어려운 여건임에도 불구,조합원들의 입장을 최대한 대변했다면 어느정도 제자리 찾기에 성공했다는 판단도 섰다는 분석이다.
즉,노조가 동의서를 내는데 어려움을 느꼈던 것은 이 동의서가 자칫 완전한 항복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될까봐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js333@fnnews.com 김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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