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61%올린 은행장 年俸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7 05:19

수정 2014.11.07 12:11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의 임원들 연봉인상에서 우리는 도덕적 해이의 표본을 본다. 국정감사에 제출된 금융감독원 자료에 의하면 대규모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들이 은행장 연봉을 98년 9000만원에서 올해에는 3억2500만원으로 최고 261%나 인상했고 임원들의 연봉도 크게 올렸다.

우리는 지금 금융과 기업구조조정으로 많은 사람들이 해고되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1차 은행구조조정에서 수많은 은행원들이 눈물을 머금고 직장을 떠났으며 곧바로 다가올 2차 은행구조조정에서 또다시 적지않은 은행원들이 강제퇴직 될 수밖에 없는게 우리의 현실이다.

구조조정으로 자기 직원들이 직장을 떠나는 마당에 은행임원들이 고통을 분담할 생각은 않고 자기네 밥그릇이나 챙기겠다는 것은 지금 우리사회를 병들게 만들고 성장의 기반까지 망가뜨리고 있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미 은행들의 도덕적 해이를 여러차례 보아왔다.
제일은행이 부실정리에 쓰라고 준 공적자금을 가지고 퇴직자에게 위로금으로 지급하지 않았는가. 지금 퇴출당하는 기업들의 근로자들은 임금도 제대로 못받고 정리되는 마당에,주인없는 은행이니 제 몫이나 챙기자는 속셈들인가.

은행들이 제 역할을 다하고 그 대가로 은행장 연봉을 인상했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은행장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가. 금융개혁은 커녕 채권금융기관으로서 부실기업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금융시장 불안을 키워오다가 정부당국의 독려에 의해 뒤늦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자타가 다 아는 사실이다.

은행의 경영상태는 어떠한가. 은행부실정리에 국민의 혈세가 이미 70조원이나 투입됐으나 은행부실은 여전하고 또다시 대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돼야 할 상황이다. 오히려 은행 임원들은 부실경영의 책임을 물어 문책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국민의 감정임을 알아야 한다. 부실로 인해 해외에 매각된 제일은행의 경우 행장연봉이 수십억원으로 인상됐다고 국내은행까지 덩달아 인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은행장의 임무가 막중한 것도 안다. 그러나 지금은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할 때가 아니다.
구조조정으로 실직을 당하는 근로자와 공적자금을 부담하는 국민과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개혁에 앞장서야지 은행장 연봉이나 올릴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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