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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무엇이 문제인가]위기상황 정략적 이용…'禍' 더 키워


위기의 진원지로 정치권이 지목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우선 16대 국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들 수 있다. 여당인 민주당은 4·13총선에서 119석을 건지는데 그쳤고 133석으로 제1당이 된 한나라당도 과반수 획득에 실패했다. 여기에 교섭단체 구성에 실패한 자민련(17석)은 사안별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며 여야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국정운영의 미숙함에 대야협상능력 부재까지 겹쳐 야당을 국정동반자로 끌어들이는데 실패했고 수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지나치게 자민련을 의식한 나머지 국회법 날치기 통과(7월)라는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이후 선거비용 실사개입 발언파문(8월), 한빛은행 부정대출 외압의혹 사건(9월), 검찰의 선거법 편사수사 시비(10월) 등 악재가 꼬리를 물면서 여당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채 우왕좌왕했고 야당은 국회등원을 거부하며 거리에 나섰다. 국회가 4개월동안 공전하는 동안 금융지주회사법, 기업구조조정법 등 110여개의 민생·개혁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렸고 자연히 구조조정도 지연돼 결국 이상징후를 보이던 제2의 경제위기는 현실로 다가왔다.

야당의 오랜 장외투쟁은 이회창 총재 개인에게는 ‘야성회복’과 대권후보로서의 이미지 각인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위기상황에 대한 정치권의 신속한 대응을 방기한 책임은 면키 어렵다.

정당의 독과점 지배체제도 문제다. 일이 터지면 총재의 입만 바라보는 ‘영수의존적’ 정치는 창의성과 다원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지난 9월 조속한 국회정상화를 촉구하며 지도부에 반기를 들었던 여야 초·재선의원들의 ‘실패한 반란’은 이같은 독과점 지배체제 속에 기인하고 있다. 1인 지배체제하의 정당은 1인의 대통령 만들기에 모든 시스템이 가동되고 이는 결국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뿌리깊은 지역구도도 상생의 여야관계를 가로막는 원인이다.


국민들은 11·3 부실기업 퇴출에서도 시장의 원칙보다는 정치논리가 개입했다는 찜찜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현상에 대해서도 정치권은 당리당략적으로 접근, 여당은 위기 극복의 홍보를 위해 거시지표에 집착해왔고 야당은 위기현상의 확대재생산을 통해 ‘반대급부’를 노려온 것이 사실이다. 여야가 경제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하는 이유는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제2의 경제위기는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차기 정권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pch@fnnews.com 박치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