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흔들리는 중기―(상)中企현장 실상] 대기업 퇴출 ´도미노´ 확산

박찬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8 05:19

수정 2014.11.07 12:10


부실기업 퇴출을 신호탄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중소기업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동아건설·서광·금강화섬 등 대형 건설·의류·섬유업체의 퇴출로 중소하청업체의 부도위기감이 확산되는데다 대우자동차·현대건설마저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하청업체의 ‘동반 붕괴’가 가시화되고 있다. 가뜩이나 경제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모기업인 대기업의 잇단 퇴출로 설상가상의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최근들어 정부의 ‘중기 퇴출 계획’마저 발표되면서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또다시 총체적 위기를 맞은 중소기업계의 실상과 위기 극복방안 등에 대해 3회에 걸쳐 시리즈 기사를 싣는다.

◇하청업체 부도 공포=경북 구미산업단지내 섬유업체인 해성산업의 이모사장(45)은 요즘 밤잠을 설치고 있다. 모기업인 서광의 퇴출로 회사의 앞날이 걱정돼 매일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있는 것이다.
이 회사는 이미 2개월 전부터 서광으로부터 납품대금을 받지 못해 원자재 대금과 임금을 체불해왔다. 이제는 모기업 퇴출로 수입원 자체가 끊기면서 부도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잇단 기업퇴출과 매머드기업인 대우자동차·현대건설의 경영기반 붕괴로 전국의 중소하청업체들도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의류업체인 나산·쌍방울에이어 서광·세계물산이 청산·법정관리에 들어가고 섬유업체인 금강화섬·대하합섬도 퇴출되면서 1000여 중소하청업체들이 부도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또 ‘간판 건설사’인 동아건설이 퇴출되면서 중소 제강·레미콘·아스콘업체들이 연쇄도산 위기에 직면했다. 이미 동아에 납품후 받지못한 철강대금이 130억원에 달하고 레미콘·아스콘은 1500억원대를 웃돌고 있다. 7000여 관련업체들이 납품후 대금을 받지못해 자금지출이 가장 많은 연말을 앞두고 극심한 자금난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대우자동차와 현대건설에 있다. 사실상 대우자동차와 현대건설의 경영기반이 붕괴되면서 2만개가 넘는 중소하청업체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국내 최대기업인 이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경쟁력이 약한 하청업체중 40%이상이 쓰러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전망이다.

◇중기도 퇴출 당한다=총체적 위기를 맞은 중소기업계는 최근들어선 정부의 2차 퇴출 계획에 따라 ‘중기퇴출’ 공포에도 시달리고 있다. 부채규모가 큰 중소기업이 집중 대상이 되고 있는데 섬유·제지·건설업종의 6000여 기업이 퇴출 도마위에 올라 있다.
특히 주택경기 침체로 경영이 악화되거나 실적이 아예 없는 2500여 건설업체가 무더기로 퇴출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같은 상황이 나타나면서 전국 국가산업단지 가동률은 이미 3개월째 하락세를 보인데다 앞으로는 더 큰 폭의 하락률이 예상되고 있다.
지난 7월이후 산업단지 가동률은 내리막길로 치닫고 있으며 최근의 사태로 연말쯤에는 70%이하의 가동률로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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