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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선 결과분석] 마지막 플로리다서 결판났다


‘주식회사 미국’은 결국 부시를 선택했다.

치열한 접전 끝에 부시가 승리한 이번 선거는 2000년 들어 더욱 성숙해진 미국 ‘신경제’에 대해 유권자들이 내린 심판으로 받아들여진다.

숨가쁘게 돌아가는 신경제의 톱니바퀴에 지친 미국 대중이 부시라는 대중 정치인을 새로 맞아 경제 리듬에 한 박자 쉼표를 주면서 미국의 행로를 재검토해 보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선거가 과거와 뚜렷이 구별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보다 인터넷을 활용한 실질적인 토론이 지배한 선거였다는 점이다. 미국 10년 호황의 원인이면서 동시에 결과이기도 한 정보기술(IT)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유권자들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각종 선거이슈 토론에 활발히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신경제’의 주요 특징 가운데 자신들의 삶에 피부로 와닿는 양대 문제,즉 고용과 사회보장을 놓고 두 후보의 공약 및 정치성향을 꼼꼼히 검토한 끝에 결국 부시를 선택했다.

미국인들은 거대 공조직으로서의 정부보다는 문제해결에 강한 ‘행동주의 정부’를 원하고 있음이 이번 선거를 통해 증명됐다. 유권자들이 실무가형 고어보다 선이 굵은 부시를 택했다는 사실은 전통적으로 ‘큰 정부’를 선호하는 민주당보다 과단성 있는 정책노선 변화를 꾀할 가능성이 큰 공화당 정부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신경제’ 시대 유권자들의 가장 큰 특징으로 조직보다 자기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현상을 꼽는다. 정부의 지침과 거대기구의 권위보다는 시장과 개인의 힘이 위력적인 IT시대의 속성 또한 이번 선거전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부시 후보는 사회보장제도를 부분적으로 민영화하겠다는 방안을 들고 나옴으로써 이번 선거전의 주요 이슈 하나를 먼저 공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질세라 고어 후보가 근로자들의 개인연금 운용방식을 좀더 자유화하겠다고 응수했지만 이는 한 발 늦은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고어는 변화된 경제체제에 국민들이 제대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할 뿐만 아니라 평생교육 분위기가 더욱 성숙해져야 한다는 점을 유권자들에게 집중부각시켰다.

부시도 고어 못지않게 교육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그는 단순한 정책제시에 머물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10억달러의 기금을 수학 및 과학교육 강화에 할당해야 한다는 구체안까지 내놓음으로써 과단성과 함께 구체성까지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육·세금·사회보장이라는 선거전 3대 이슈도 이번 선거의 당선자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지만 결국 부시 당선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소위 ‘신경제의 그늘’이었다는 점에서 역설적이다.

외견상 장기 번영을 구가한 신경제 아래에서 미국의 국부는 획기적으로 늘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돌아오는 ‘신경제’의 파이가 너무 적다고 느끼게 되었다.

고용 패턴의 급격한 변화도 유권자들의 불안감을 부추긴 것으로 지적된다.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면서 근로자들은 실업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이전보다 불안을 덜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한편으로 소득의 불안정성과 불가측성에 대한 불안은 오히려 커졌다.
이처럼 절대 다수 대중의 ‘걱정의 초점’이 실업에서 불안정성으로 이동한 가운데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택이 결국 보수 쪽으로 기운 것으로 풀이된다.

클린턴 정부 8년의 결실인 신경제는 최장기 경기호황과 함께 유권자 심리변화를 함께 이끌어냈다고 할 수 있다. 고어는 그 유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 cbsong@fnnews.com 송철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