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전문가 진단]정치는 시장경제의 토대

서지훈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8 05:19

수정 2014.11.07 12:10


요즘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온다. 경제가 다시 어려워져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재부각되고 그 추진이 여론이 만족하는 수준과 속도에 이르지 못하자 여야간 당쟁으로 정상적으로 활동하지 못한 국회,햇볕정책의 일환인 호혜적 성격의 북한과의 경제교류,그리고 지지기반의 강화를 노리는 여야의 정치적 이해 등이 모두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비난의 논리에 따르면 경제는 시장원리에 맡기고 정치는 더 이상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경제 발목잡기는 그만두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정치 나름대로의 게임이 있다. 경제정책의 궁극적인 입법가들인 정치인들은 대의제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선거로 선출된다. 이들이 경제에 관심을 갖기보다 선거를 염두에 둔 자신들의 정치논리에 충실하는 것은 그러한 전략이 그들의 게임에서 이기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주의해야 될 것은 경제논리 따로,정치논리 따로 생각하는 것이 사회발전을 위하여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국민경제를 도외시한 정치논리도 피해야 하지만 경제논리의 지나친 고집도 피해야 한다. 물론 한국은 과거와 달리 정치가 압도적으로 경제를 설명해 주는 초기 발전국가의 단계는 지났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현대경제학을 잘못 이해하여 정치가 인위적으로 경제에 간섭하면 시장경제의 경제적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과거 한국에서 국가중심적 발전전략을 채택한 결과,그 내부 모순이 초래한 정치적,경제적 및 사회적 비용이 컸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시장경제의 역사가 오랜 서구에서는 나름대로의 시스템이 형성되어 정부의 간섭이 시장경제의 운용을 도와주는 역할에 그쳐도 된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경제를 시장기능에만 맡기기에 부족한 경제환경을 가지고 있다. 물론 정부의 실패도 염두에 두어야 하나 갈수록 치열해지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절한 경제에의 간섭이 불가피하다. 97년의 경제위기의 한 원인이 경제자유화와 규제완화의 논리에 따른 정부의 외환관리 소홀이라는 점은 국내외의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 있다. 한국경제는 특히 국제경제에의 의존도가 높고 경쟁력이 있는 산업 분야가 많지 않으며 고용시장이 탄력적이지 못하고 언젠가는 다가올 통일이라는 외적 변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정치는 일종의 사회간접자본의 기능을 갖는다. 이는 시장거래에 관계되는 제도의 분석에 관심을 둔 신제도주의에 의해서도 강조되고 있는 점이다. 현대의 모든 국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가간섭과 시장경제의 혼합경제의 형태를 지닌다. 실제로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세계경제의 장에서는 정부의 적절한 시장관리 기능뿐 아니라 정치의 안정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정치의 안정은 투자 및 거래의 위험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최근 태국과 필리핀이 다시 경제적 혼란에 빠지게 된 이유도 정치불안정 때문이다. 거시적 분석에 입각하여 경제교류를 설명하는 패러다임은 교통 및 통신의 기술이 발달한 오늘날에서는 그 설명력이 한계를 갖는다. 시장이 경제의 단기적인 효율을 보장하여 준다면 정치는 상대적으로 경제의 장기적인 효율을 보장해 준다. 정치적 안정은 투자의 안정성과 거래비용의 절감을 보장함으로써 해외의 경제주체들에게 한국시장이 매력이 있게 보이게 할 뿐 아니라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 및 국가·시민의 일체감을 형성함으로써 자원 분배의 장기적 효율성에 기여한다.


우리의 문제는 이러한 정치·경제의 관계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는데서 온다. 정치인들뿐 아니라 일반국민들도 정치와 경제의 상호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정치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시민들이 선거에서의 지지를 표방할 경우에도 정치논리에 집착하는 정당이나 후보자들에 대하여 처벌을 내려야 한다.

/정상화 연세대 동서문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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