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재건축 수주 업체 '제살깎기' 심화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9 05:19

수정 2014.11.07 12:09


재건축시장에도 ‘도덕적 해이’가 만연되고 있다. 연이은 대형업체의 퇴출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들이 무리한 수주경쟁으로 출혈을 마다하지 않는가 하면 조합원들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건설사들의 출혈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재개발·재건축시장에서의 관건은 건설사가 조합원에게 빌려주는 이주비지급 규모와 건축비. 건설사들의 과열수주경쟁으로 가구당 이주비가 올 들어 지난 8월에는 2억원을 넘어선 데 이어 최근 들어서는 3억원을 육박하는 등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주비 인상경쟁은 건축비상승을 부추겨 지난해까지만 해도 평당 200만원 안팎이던 것이 올 들어서는 300만원을 훨씬 넘어선 상황이다.

문제는 과다한 이주비지급경쟁이 건설사의 부실화를 가속화하고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등 주택시장질서를 왜곡시킨다는 데 있다. 나아가 건설산업의 체질을 더욱 악화시키고 금융부실 마저 동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주비 지급실태=지난 8월 실시된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2단지 재건축사업에서는 대림 등 일부 건설업체가 25평형 소유조합원에 대해 무이자 1억8750만원,유이자 3000만원 등 2억1750만원의 이주비를 제시,사상 처음으로 가구당 이주비가 2억원을 돌파했다. 또 지난 9월 사업계획서를 접수한 서울 동부이촌동 한강삼익맨션 재건축추진위원회에는 대림산업과 SK가 각각 2억8000만원씩을 제시,최고치를 갱신하기도 했다.

지난달 실시된 강남구 대치동 동아아파트 재건축공사에서는 포스코개발이 평형에 따라 최소 1억2500만∼1억6000만원의 이주비 지급을 약속했고 같은달 대치동 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에서도 동부건설이 1억4000만∼2억원을 제시하는 등 가구당 이주비 규모가 1억원 이상은 기본이다. 오는 12일 시공사를 선정하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에도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시공사 선정을 위해 주택업체로부터 지난 4일 접수한 사업계획서에 제시된 이주비가 2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수주경쟁에 참여한 LG건설은 35평형에 대해 1억7000만원,49평형과 52평형에는 2억5000만원의 이주비를 제시했다. 대림산업은 35평형에 1억6000만원,49평형은 2억원,52평형은 2억5000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왜 제살깎기 경쟁인가=주택업체들의 ‘무조건 따놓고 보자는 식’의 무리한 수주욕과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고 있는 조합원들의 ‘공짜문화’가 결탁해 빚어낸 산물이다. 여기에 업체 간 자존심 싸움과 ‘당장 이주비만 많이 받으면 된다’는 식의 조합원들의 과욕이 가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점=이주비 지급경쟁은 주택업체의 부실화를 초래하고 건축비 인상요인이 발생,조합원에게도 불이익이다. 또 분양가 상승을 부추겨 일반 무주택서민들의 내집마련 기회를 더욱 위축시킨다. 굵직굵직한 대형건설사들이 잇따라 쓰러지는 이유중의 하나도 무리한 재건축공사수주와 무관하지 않다는 데서 이를 증명한다. 최근 2억원이 넘는 이주비를 제시한 주택업체의 경우 건축비가 평당 300만원을 넘어 이주비 1억원 미만을 제시한 사업지의 건축비인 평당 250만원보다 50만원 가량을 더 부담하게 된다는 계산이다.
특히 시공사의 부실로 부도가 날 경우 사업추진은 더욱 장기화될 수도 있다. 과다한 건축비 인상은 결과적으로 일반분양분아파트의 가격상승을 부추겨 일반무주택자들에게도 엄청난 부담을 가중시킨다.
실제로 지난 4일 잠원동 한양아파트재건축에 제시된 아파트 건축비는 평당 360만원을 넘어 일반분양분은 평당 1200만∼1500만원이 될 것이라는 게 업체관계자의 설명이다.

/ poongnue@fnnews.com 정훈식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