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법원과 채권단의 대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9 05:19

수정 2014.11.07 12:09



구조조정과 연관하여 마땅히 퇴출되어야할 기업을 살려두는 것도 문제지만 살려야 할 기업이 퇴출 대상이 되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또 있어서도 안된다.그러나 지난 3일 발표된 퇴출 기업 명단에 포함된 특정기업에 대해 법원과 해당 기업의 반발은 정부와 채권단 결정에 한가닥 의구심을 품게 한다.명단 발표 직후 법원이 ‘법정관리 중인 기업의 퇴출결정은 법원의 고유권한’이라며 입장을 밝혔을 때만 하더라도 이는 기업경영상태나 미래가치등 실질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형식논리에 근거한 반발로 보았다. 그러나 해당 법원이 퇴출결정 철회를 정식으로 요청하고, 해당기업인 대동주택과 일성건설이 채권은행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준비하는 것을 볼 때 결코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채권은행은 지난 3일 ‘퇴출여부를 은행이 결정짓는다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 회사 정리계획 중지 신청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한 데 이어 금감원은 9일 ‘채무조정으로 당장 유동성에 문제가 없는 기업이라도 법정관리,화의로 끌고 가기보다 조기청산을 유도하여 회수되는 자금을 미래성장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금융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도움이 된다’고 원론적인 정부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1월의 부도 이후 4924가구분의 아파트를 건립하고 부산지하철등 관급공사도 적지 않게 수주하는 등 올 6월말 기준 337억원의 당기순익을 내고 있다는 대동기업이나 출자전환과 채무동결로 올 상반기에 2390억원의 당기순익을 냈다는 일성건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채권단의 퇴출결정은 당연히 문제가 된다.
특히 채권단이 화의 인가 기업을 법정관리 상태로, 대표이사 이름도 1년전에 바뀐 사람의 것으로 기재하고 있다는 대동주택의 지적 역시 퇴출판정의 신뢰성을 훼손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법원과 채권단의 대립, 해당기업의 반발은 지금 진행중인 기업구조조정 작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채권단은 말할 것도 없고 법원과 해당 기업 역시 나름대로 근거가 있을 것이다.누가 옳고 그름을 따지는 소모성 논쟁과 대립보다는 양자가 서로의 근거를 제시하여 정밀하고 투명하게 분석하여 한시라도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최선이다.
구조조정 자체를 뒤흔드는 이와 같은 갈등과 대립의 장기화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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