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美대선 ´플로리다 몸살´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09 05:19

수정 2014.11.07 12:09


‘플로리다주의 대접전’이 갈수록 대혼잡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일부 유권자는 투표 용지의 불법성을 이유로 재투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또 팜 비치 카운티 선거구에서는 1만9000여장의 표가 이중 표시됐다는 이유로 1차 개표에서 무효 처리된 사실이 새롭게 밝혔졌다.

흑인 인권단체에서는 플로리다를 포함한 일부 남부 지역에서 흑인들의 투표 참여를 막는 행태가 빚어졌다며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플로리다주 67개 카운티를 대상으로 한 재검표에서 절반 이상이 개표된 가운데 부시 후보가 고어 후보를 1000표 미만의 차이로 앞서고 있다고 AP가 보도했다. 해외 부재자 투표를 제외한 재검표 결과는 이르면 9일 오후(한국시간 10일 오후)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소송제기=플로리다주 팜 비치 카운티에 사는 3명의 유권자는 “펀치카드 형태로 된 투표용지가 혼란을 조장하도록 만들어져 있어 앨 고어에게 투표하려던 것이 팻 뷰캐넌에게로 잘못 찍혔다”며 재선거 실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P통신은 아일린 클래스필드라는 유권자가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나도 투표용지가 워낙 헷갈려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며 투표 용지의 문제점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팜 비치 카운티에서 제작한 투표 용지는 왼쪽 맨 위에 조지 부시,옆 오른쪽에는 개혁당의 팻 뷰캐넌,왼쪽 부시 밑에는 앨 고어가 적혀 있다. 이 때문에 고어를 찍으려던 유권자가 자칫 뷰캐넌을 찍을 소지가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고령자가 많은 민주당 지지 지역인 팜 비치 카운티에서 보수파인 뷰캐넌은 재검표 결과 3412표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팜 비치 보다 유권자가 훨씬 많은 브로워드 카운티에서 뷰캐넌은 789표,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에서는 561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잘못된 투표 용지가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트렸다는 심증을 갖게 하고 있다.

◇무효표=이와 함께 팜 비치 카운티에서 무효표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 것이 밝혀져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8일(현지시간) 1차 개표에서 후보 한명 이상에게 복수로 표시된 1만9120표가 무효표로 처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고어와 부시 후보의 당락이 2000표 미만으로 결정될 상황이어서 집계에서 누락된 투표용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 팜 비치 카운티의 경우 상원의원 투표용지에서는 대통령 선거와 달리 불과 3783표 만이 무효 처리된 것으로 집계됐다.


◇인종차별=흑인 인권단체는 이번 투표에서 흑인들의 투표가 봉쇄된 경우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흑인 인권 운동가인 제시 잭슨 목사는 “선거 당일 플로리다와 남부주 흑인들이 투표에 곤란을 겪었다는 전화를 많이 받았다”면서 “이들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없다거나 투표가 이미 끝났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잭슨 목사는 “단순한 재검표가 아닌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dympna@fnnews.com 송경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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