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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으로 돌아가자(6)-전문가 좌담]일관성 있는 정책 추진 시장원칙 존중을

김종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10 05:20

수정 2014.11.07 12:08


‘시장으로 돌아가자’ 시리즈를 마치면서 계속 불거지는 한국경제의 위기설은 어디서 비롯됐는지 또 투명한 시장경제 시스템에 안착하지 못하는 원인과 처방은 무엇인지를 전문가 좌담을 통해 다시 한번 정리했다. 긴급 좌담은 10일 본사 회의실에서 열렸으며 중앙대 경제학과 김영봉 교수와 전국경제인연합회 김석중 상무가 참석했다.

▲김석중 상무=정부가 기업정책과 관련하여 직접적인 부분과 간접적인 부분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주 단기적이고 과격한 정책만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결국 가야할 길은 길잡이 역할을 하는데 있지,요즘처럼 오늘은 이랬다가 내일은 저랬다가 하는 식의 중구난방식 정책을 펴는데 있지 않습니다. 정부는 시장이 길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그 방패막이 역할만 하면 됩니다.
개괄적으로 현 상황을 주시하다보면 우려할 만하다고 여겨집니다.

▲김영봉 교수=저도 동감입니다. 정부 스스로가 정책집행 순서를 정함에 있어 기본적으로 우선순위도 모르고 있는것 같습니다. 자 보세요. 금융·기업·노조·정부 등 4대부문에 걸쳐서 개혁한다고 했지요. 그런데 정부가 개혁하려고 노력을 했습니까? 아니면 노조가 개혁하려고 노력했습니까? 그냥 기업과 금융부문만 붙잡고 있잖아요. 정부의 정체성이 의심됩니다.

▲김 상무=우리의 경영방식을 미국식 모델화 하려고 하는데…. 이는 미국 기업의 생성 역사에 관한 몰이해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은행의 구조를 한번 봅시다. 유럽 그것도 독일식 모델을 일본이 따랐고 그걸 우리가 다시 따른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이제와서 갑자기 미국식으로 전환한다니 문제가 안 일어날 턱이 없지요. 마찬가지로 우리기업도 누군가가 조그맣게 시작해서 키워 왔습니다. 그게 대기업집단이 된거고요. 미국도 가족이 중심이 돼서 기업을 일으킨걸 보면 외형은 미국이나 우리나 비슷하고요. 록펠러를 보세요. 한국의 대기업 총수와 다를게 뭐가 있겠어요. 차이가 있다면 록펠러는 사회에 환원한 사실이 부각됐고,우리 기업의 총수들은 그러지 못했다는데 있습니다. 화끈한걸 좋아하는 우리 국민의 정서가 ‘왜 우리기업들의 총수들은 이 모양이냐’하는 식이지요. 제가 전경련에 몸담고 있다고 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닙니다. 제가 느끼고 있는 것을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기업은 주어진 환경에서 이윤을 최대한 추구하는데 그 기본적인 원칙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로 들어섰다 해서 그 책임이 마치 기업에만 있는 것처럼 화살을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더욱이 미국식으로 가자하는 식의 정책은 정말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여겨집니다.

▲김 교수=저도 부분적으로 동의합니다. 우리 경제는 정부가 주도하는 성장일변도 정책의 결과일 따름입니다. IMF 관리경제체제가 오기 전까지만해도 몇십대 재벌들이 방만한 운용을 하는 가운데 배후에서는 정부가 금융권으로 하여금 몇십대 재벌들을 지원토록하는 악습이 되풀이 됐었잖습니까?

▲김 상무=한번 따져봅시다. 기업이 커지면서 기업차입이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오너의 지분이 줄어들게 됩니다. 이에따라 오너는 사재출연이 불가피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결국에 이르러서는 사실상 공공기업이 되는 셈입니다. 그 공기업에 대해 사외이사를 늘려야 한다는 것도 미국식 아닙니까? 차라리 완전한 미국식으로 돌아간다면 부작용은 훨씬 덜할 겁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정부의 의도가 시장보다는 정치목적에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한마디로 현실 시장주의자들에게 투명한 경영을 하도록 유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옳을 겁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의 능력 자체가 탁월하지 못하면서 시장의 일을 일일이 간섭하는거나 다름 없지요. 정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지요.

▲김 교수=산업 내지는 재벌 구조개편에 있는 상황이 아닌가….

▲김 상무=중소기업이나 벤처에 대해서 뭘 똑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가운데 걸핏하면 재벌개혁 운운합니다. 재벌 대안으로 중소기업육성이니,벤처산업 육성이니를 운운하는데 대한민국에서 좀 한다는 기업치고 중소기업 없는데 없고 벤처 키우지 않는 기업이 어디 있습니까? 다 키웁니다. 오히려 중소기업이나 벤처의 기본 이해도 못하는게 정부가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까 정현준 사건이 터진거고요. 기업하는 사람들이 철학이 없다고요? 아닙니다. 대우나 현대 사태를 처리하는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과연 정부가 어떤 의도와 방법 내지는 향후 대책을 갖고 저러는가하는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거꾸로 정부가 현대나 대우를 지원내지는 도와주지 않으면 매국노로 몰아붙이고 있잖아요.

▲김 교수=대우 노조가 오히려 경제구조개편에 일조를 했다는 생각입니다. 노조측에서 동의서에 사인을 하지 않은게 오히려 구조개편에 한 몫을 했다는 겁니다. 개혁의 시기를 상실한 상태에서 애국심을 운운하는 그런 어리석음은 이제 버려야지요.기업이 파산하는 경우 파산에 따른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해고,연쇄부도 등이 그 예가 되겠지요. 이때 정부가 실업자라든지,부도기업을 흡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및 정책을 펴기보다는 애국심에 매일같이 호소하다보니 개혁이 자꾸 물건너 가는 것 아니겠어요?

▲김 상무=구조개혁 측면을 살펴봅시다. 정부가 기업·금융·정부·노조 등 4대부문에 대해서 IMF체제가 오자마자 한 말이 뭡니까? 개혁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지금 보세요. 개혁의 ‘개’자도 펼치지 못하고 있잖아요? 기업하고 금융만 매일 죽일 놈 살릴 놈 하고 있는데 정작 솔선수범을 보였어야할 정부가 내 놓은게 뭐가 있어요? 기업하고 금융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봉입니까? 퍼렇던 서슬도 지나면 녹이 스는데 요즘 다시 서슬 퍼렇게 나름대로 할려고 노력하는 모양입니다. 먼저 정부가 솔선수범으로 공기업에 대해서 투명하게 개혁을 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누가 누구에게 개혁을 하라는 겁니까? 기업은 제도와 틀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가장 법을 존중하는 집단입니다. 기업은 최소한의 투명성·공정성·효율성·책임성을 제고하는 집단입니다. 정부는 이 4가지 요소가 제대로 가도록 도달·수단·선택의 예술을 펼쳐야 합니다. 예술을 잘못 펼칠 때 추악함이 따르는 것 아니겠어요?

▲김 교수=대한민국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닙니다. 강요 내지는 강제되는 국가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원칙이 없어요. 매일 바뀝니다. 무슨 정책이 일관성이 없습니까? 기업회계만 해도 그렇습니다. 이번 대우사태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났지만. 분식회계에 대해서 정부가 일언반구 해본 적 있어요? 사후약방문격으로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사태를 파악한다느니 대책이 이렇게 펼쳐질 거라느니하는 식이잖아요. 회계를 원칙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다시는 이 땅에 발을 디딜 생각을 못하도록 해야지요. 제도를 그렇게 만들어 놓고서 지키라니 말이 안됩니다.

▲김 상무=외국의 기업들이 대한민국에서는 기업 인수합병(M&A)하기가 참 편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외국기업들이 들어오지 않고 있어요. 제가 이유를 물어보니까 그럽디다. M&A하기는 쉬운데 노동부문이 너무나 경직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에 들어 오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고요. 다같이 살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있어요. 요즘 기업주들이 돈을 빼돌려서 호의호식하는거 봤습니까. 돈을 벌어서 쓰는데도 눈치를 보아야하니 누가 돈을 벌려고 나서겠어요. 돈버는게 취미쯤으로 생각한다면야 문제가 다르겠지요. 노조도 변해야 합니다. 조금은 자기 권리를 아낄 줄 아는,아니 조금은 손해볼 줄 아는 그런 사회로 나가야 됩니다.

▲김 교수=법이 없어요. 수천명씩 가뒀다가 어느날 갑자기 대통령이 사면이니 뭐니 하면서 다 풀어줍니다. 화합이라는 차원에서 말입니다.그 중에서 장관이 나오고 국회의원이 나오니…. 위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은 먹어도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 거지요. 구속돼도 그것은 정치적 탄압이었다고 우기면 됩니다. 보세요. 국회의원들 가운데 전과자 아닌 전과자가 많잖아요.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입니다. 그 법을 역대,현재의 대통령들이 너무나 남용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 자꾸 위기가 반복되는 거고요.

▲김 상무=경제가 나빠지는 이유나 원인에는 대한민국에서 직립보행하는 모든 사람들의 잘못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법을 만들어야할 국회가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데 따른 책임은 국민의 몫이니까요. 국회가 해야할 일은 결국 법을 만들어내는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도 날마다 당리당략에 휘말려 이전투구하다가 행정부에서 법안을 만들어다 주면 어느날 갑자기 몰아서 통과시키잖아요?

▲김 교수=개인과 기업은 법을 따른다는 생각입니다. 법을 위반했을 때 다가올 손해를 생각해서라도 그러는 거지요. 그러나 개인이 집단 속으로 들어갔을 때는 다릅니다. 철저하게 자기 중심적이고 남에 대한 배려가 없어요. 배려하면서 사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김 상무=위기를 극복하려면 단기간에는 어려울 겁니다. 교육을 개혁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아이들한테 하는 교육을 보세요. 1+1은 2하는 식의 교육이잖아요? 중요한 것은 1+1은 2가 아니라 사회·경제생활을 어떻게 해야되는지를 가르쳐야 하는 겁니다.지식위주의 교육이 아닌 사회생활교육이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육이 질서와 생활로의 적응을 가르치는 사회가 올때 비로소 우리의 위기 즉 경제난은 자연스럽게 극복된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인내하고 질서에 참여하는 미덕이 필요하고 그게 지켜질때 우리는 원칙이 적용되는 시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 사진설명: 10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 파이낸셜뉴스 편집국 회의실에서 김영봉 중앙대 교수와 김석중 전경련 상무가 우리경제가 투명한 시장경제 시스템에 안착되지 못하는 원인과 처방에 대해 좌담회를 가졌다.
이날 김 상무는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공기업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김동훈기자]

/ jongilk@fnnews.com 김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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