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最古은행 조흥 장기전략은]몸집보다 몸값 올려 독자생존 굳힌다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13 05:21

수정 2014.11.07 12:07


조흥은행은 103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 최고 은행이다. 지난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전까지는 규모면에서도 국내 최대은행이었다. 그러나 IMF 한파와 구조조정 와중에 거래 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지면서 조흥은행의 위상도 급격히 추락했고 급기야 공적자금을 수혈받았다. 얼마전까지는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지수회사 편입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그러나 조흥은행은 치밀한 구조조정을 통해 ‘독자생존’을 인정받았고,이제 금융그룹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형 우량은행이 될 수 있는 잠재력=조흥은행은 우량은행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하부구조)가 풍부하다.
우선 수익구조의 우위를 들 수 있다. 조달총비용률(총지급이자/코스트예금)은 은행권에서 가장 낮은 5.80%며 저비용예금(요구불,자유저축 등)은 46.0%로 가장 높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높다는 얘기다. 실제 수익능력도 우수하다. 올 상반기 충당금 적립전 이익의 경우 4810억원에 달해 일부 우량은행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편. 신용카드 사업의 경우 생산성(카드당 이용액)은 카드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독자시스템 개발을 완료해 카드사업 부문에 대한 독립기반을 일찌감치 구축했기 때문. 인터넷뱅킹 고객과 시장점유율도 각각 29만명,21.4%로 은행권 최고다. 인터넷뱅킹이 향후 은행산업의 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조흥은행의 성장가능성을 예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조흥은행은 국내 은행 최고 수준의 자본금(3조3954억원)과 조달규모(383540억원)를 비롯해 기업금융부문과 인베스트뱅킹(투자은행)에서도 수위를 달리고 있다.

◇장단기 성장 전략=조흥은행의 독자생존 전략은 ‘선(先) 체력강화-후(後) 대형화’ 방식의 구조조정이다. 이는 급격한 합병에 나설 경우 ‘시너지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데다 거액의 합병비용 누적으로 오히려 은행의 경영정상화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 특히 무모한 합병은 외국 금융기관(씨티,HSBC 등)에 시장 점유율을 뺏기는 등 국내 금융시장 잠식만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조흥은행은 최우선적으로 체력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정부와 2001년말까지 맺은 이행협정(MOU)을 착실히 수행하면서 글로벌스탠더드 도입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계획이다. 겸업금융을 위한 법제정비를 유도하고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 계획도 조흥은행이 체력강화 방안으로 마련중인 복안. 중장기적으로는 대형화,겸업화를 겨냥해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위성복 조흥은행장은 “이 업종간 또는 사업영역이 상이한 은행과의 통합 등 기업가치 상승이 가능한 어떠한 모델에 대해서도 능동적이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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