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관치금융 없애려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13 05:21

수정 2014.11.07 12:06


정부가 ‘금융행정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 총리훈령’을 제정해 13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주요내용은 금융감독기관이 금융기관의 인사·대출 등 경영에 부당하게 간섭하지 못하도록 명문화한 것이다.또 금융감독기관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경우 문서에 의하도록 했다.이번의 명문화 조치로 관치금융을 청산하겠다는 의지는 보였다.그러나 금융기관 직원이 외부의 부당한 청탁·요구를 받은 경우 이를 기록·보존토록 하는 부분은 금감위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고 재경부 장관이나 금감위 신고사항도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그 실효성이 있을까 의문이다.

우리나라 관치금융은 정부주도로 고도경제성장을 추구했던 개발시기부터 유래한다.정부가 개발경제정책 차원에서 대출재원도 공급했으며 자금의 배분까지 직접 개입했다.80년대 들어 관치금융을 청산하고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금융자율화를 추진해 왔다.그러나 관치금융은 여전하다.오히려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신관치금융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심화되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뿌리깊은 관치금융 관행을 깨기 위해서는 어느날 갑자기 정부주도로 훈령을 만들어 공표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전문가 등을 통한 공청회 개최 등 폭넓은 의견수렴 절차를 가졌어야 한다.법적 구속력을 갖기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지 않은가도 심도있게 검토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관치금융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가 은행에게 자율경영권을 부여하고 책임경영이 이뤄지도록 제도를 선진화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은행장을 비롯해 금융기관 임원에 대한 낙하산 인사부터 없어져야 할 것이다.은행장이 정부나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선임되도록 은행의 지배구조도 개선돼야 한다.현재 상당수의 은행장과 은행임원들이 정부나 감독관청 출신이다.능력있는 사람이 갈수도 있지만 감독관청의 칼을 무디게 만들거나 부당한 금융관행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이러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퇴직공무원이 본인의 업무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하는 것을 일정기간 제한하는 것이 바랍직하다.이를 위해 현재 추진되고 있는 ‘공직자 윤리법 개정안’도 신속히 국회에서 통과·시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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