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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자구안 어떻게 되나]'농장' 위탁매각…'건설' 안도의 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14 05:21

수정 2014.11.07 12:06


한국토지공사가 서산농장을 위탁매각하기로 함에 따라 현대건설 자금난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현대는 일단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현대는 또 알짜배기 계열사인 전자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성사 여부에 따라서 건설의 유동성 위기의 향방이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토지개발공사 위탁매각안=토지공사가 서산농장을 위탁매각하는 안으로 현대건설 자금난을 조금이나마 덜게 됐다.주택은행이 토지공사에 2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해주고 토지공사는 현대건설의 서산농장을 담보로 잡고 현대건설에 이 자금을 지원해주는 3각 브리지론이 추진되고 있다.이는 정부가 자구책의 핵심 대목인 서산농장 문제를 풀어줌으로써 현대건설을 독자생존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서산농장 매각은 자구안의 ‘최후의 보루’였다.

계열사와 친족기업 지원이 물 건너간 상황에서 서산농장을 제값에 그리고 조기에 파는 방법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현대는 일단 일반매각이라는 원시적 방법을 동원했지만 한계만 노출시켜 왔다.당장 돈이 안되고 법률적 문제 등 허점이 속속 드러났다.결국 현대는 토지공사의 위탁매매를 통해 이같은 딜레머를 일거에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문제는 서산농장으로 얼마의 자금을 조성할 수 있을 것인가가 관심의 초점으로 바뀌고 있다.

현대는 조성비를 감안할 때 적어도 공시지가인 3621억원 수준으로 값을 매겨야 한다는 입장이다.반면에 토지공사는 2000억원대면 충분하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토지공사는 지난해 동아건설 김포매립지를 공시지가의 66%에 매입한 전례를 들고 있다.어찌됐든 현대 입장에서는 최소한 2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해 일단 자금난 숨통이 트인 것은 물론 조만간 현대가 제시하게 될 자구안에 대한 신뢰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음에 틀림없다.

◇현대전자 매각추진=전자 매각안이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정부 고위관계자는 13일 “현대전자 분할 매각 또는 일괄 매각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대전자 매각안이 성사된다면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완전히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현대전자는 최근 반도체 가격 하락과 8조원에 이르는 부채로 ‘제2의 현대건설’이 되는 게 아니냐는 안팎의 우려에 시달려왔다.일괄매각을 할 경우 부채 8조원을 털어내고 1조원 정도가 남는 9조원대의 가격에 팔릴 공산이 크다.부분 매각이 이루어진다면 지분 일부를 매각하거나 반도체 부문은 그대로 두고 액정화면(LCD)과 정보통신 부문을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전자업계의 관계자는 “현재 반도체 시황과 금융비용 부담 등을 볼때 자산매각과 내년 1·4분기까지 3조10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및 차입금 롤 오버(만기연장)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심각한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그러나 현대전자측은 “재무구조가 갈수록 건실해지고 있어 자금위기설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매각추진에 대해 반발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minch@fnnews.com 고창호 조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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