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퇴출이후 대책은 있나<상>-건설시장을 살리자]구조조정 통한 옥석가리기 필수

정훈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14 05:21

수정 2014.11.07 12:06


정부의 부실건설사 퇴출은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왜곡된 시장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점에서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빈대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다. 부실기업은 과감히 정리하되 살 기업은 살리는 방안을 마련해야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본지는 3회에 걸쳐 11·3 퇴출 이후 건설산업전반에 미치고 있는 파급 영향과 후속대안을 제시해본다.

정부의 지난 11·3 퇴출조치 이후 건설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무차별적인 여신회수로 유동성위기가 더욱 심화되고 여기에 2조원이 넘는 회사채가 연말에 만기도래해 연쇄부도 마저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금융기관들이 해외건설공사에 대한 보증발급을 사실상 중단,가뜩이나 어려운 해외건설공사수주를 더욱 어렵게 하고 대외신뢰도 마저 급락하고 있다. 아파트분양도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건설업체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이대로 가다간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 기업마저 모두 공멸의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며 정부 당국에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초·중반 신도시 건설,대형사회간접자본시설(SOC) 건설 등으로 성장주도 산업에서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에는 안정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규제완화를 틈타 업체수는 폭증,업체별 평균수주액이 급감하는 데도 몸집을 줄여 시장수요에 맞추기보다는 현상을 유지하기 위해 출혈수주를 서슴지 않음으로써 건설산업 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대형공공공사의 경우 종전 80%안팎에 이르던 낙찰률이 70%대 이하로 떨어져 최소한의 사업비마저 건질 수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도 건설업체수는 폭증세를 이어가 일반건설업체수가 지난 13일 현재 7470개에 이른다. 지난해 말 5137개에서 무려 2333개나 늘었다. 하루평균 7.4개씩 늘어나고 있는 셈이다.

취약한 재무구조도 문제다. 정부나 업계의 건설금융에 대한 준비부족으로 과거 70년대 전유물이던 아파트 선분양 구조가 지속되고 있고 최근에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업체들이 시급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리대금까지 서슴지 않아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단순시공 위주의 국내 건설산업의 행태는 경쟁력을 떨어뜨려 오늘에 이르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기업의 안정성장 차원에서 최소한의 조정비라도 건지기 위한 계산된 수주활동을 펴야 함에도 하루하루를 ‘연명’하기에만 치중해 오늘의 경영부실을 초래했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체가 과거의 성장기 환상에 얽매여 몸집을 줄이지 못한 것에서 오늘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앞으로를 위해서도 건설산업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건설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감안할 때 이제는 전문적이고 철저한 평가를 통해 옥석을 가려 살릴 업체는 살리고 구조조정이 필요한 업체는 과감히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적으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보다 진입시장은 있는 데 퇴출기능은 없다는 것이다. 지난 98년 규제완화의 일환으로 건설업을 신고제로 전환함으로써 무자격건설업체가 난립,시장질서를 교란시키고 있다. 그러나 건설산업이 금융규모가 막대한 데다 자체보다는 금융권과 긴밀히 연계돼 있어 금융권이 손실을 감안하고 무리하게 퇴출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시장 진입이 자유로운 만큼 퇴출도 자유롭게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금융권의 심사평가 기능을 보다 전문화해야 한다는 시각이다.

지금처럼 일정기간을 정해놓고 무더기 퇴출을 강행하는 방식은 정상적인 건설시장에도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오게 된다는 점에서다.

김수삼 중앙대 건설대학원장은 “건설산업이 갖는 특성중의 하나가 바로 수주산업”이라며 “수주가 불안정해지면 경영이 부실화되고 금융마저 경색돼 시장적응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근 건설산업의 위기는 충분한 준비기간이 마련되지 않은 데 기인한다”며 “경영개혁이 이루어지도록 충분한 준비기간을 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건설업 구조조정에서 담합과 무차별한 차입경영은 반드시 척결하고 대신 기술을 바탕으로 건설업체의 경쟁력을 유도하도록 해 건설업체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11?^3 기업 퇴출조치는 주택분양시장도 꽁꽁 얼어붙게 하고 있다. 국내의 내로라하는 기업인 현대가 유동성위기를 맞고 있고 동아건설 등 대형주택업체가 잇따라 퇴출됨으로써 수요자들의 분양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이희연 현대산업개발 전무는 “11·3 퇴출조치 이후 주택분양시장은 지난 98년 IMF관리체제 때보다는 비교도 안 될 정도”라며 “여기에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쳐 주택시장 침체는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poongnue@fnnews.com 정훈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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