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19홀] 택시손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14 05:21

수정 2014.11.07 12:06


‘가깝고도 먼 사이’가 골퍼와 캐디간의 관계가 아닌가 한다.

캐디들의 말을 빌리면 아낌없이 주고 싶은 골퍼가 있는가 하면 개중엔 당장 때려 치우고 싶을 만큼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골퍼도 있단다. 골퍼들이 캐디를 보는 눈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손님과 캐디의 ‘궁합’이 맞지 않으면 라운드 내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 수밖에 없다. 손님은 손님대로 캐디를 잘못만나 ‘김 샌 라운드’를 해야 하고 캐디는 캐디대로 ‘재수없는 라운드’를 해야 한다.

이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것을 보면 캐디가 있는 한 앞으로도 지속될 수밖에 없을 듯 싶다.
옛날엔 캐디들이 매너가 좋지 않은 골퍼의 캐디백 밑부분에 ‘별’을 그려넣어 많은 캐디들에게 알렸다.

얼마전엔 지산CC 캐디가 손님의 캐디백에 모래를 넣고 ‘초코파이’를 넣어 엉망으로 만든 ‘사건’이 있었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 방법도 벌써 고전이 되고 말았다.

최근 캐디들 사이에 은어로 통하는 최신 버전은 ‘택시’.

손님과 캐디간에 실랑이를 벌이는 것 중의 하나가 비거리와 클럽선택. 보통 손님은 세컨샷을 하기전 핀까지의 거리를 캐디에게 묻는다. 대부분의 경우 캐디가 알려준 거리가 맞는데 골퍼가 친 볼이 평소보다 길거나 짧을 때가 있다. 이때 골퍼는 거리를 잘못알려줘 온그린을 못시켰다고 캐디를 탓하기 마련. 이게 몇 차례 거듭되면 서로 짜증이 난다.


이때 캐디가 써먹는 말이 바로 ‘택시’. 핀까지 150야드를 남겨놓고 6번 아이언을 뽑아 줬더니 손님이 7번 아이언을 달라고 할 때 캐디는 속으로 ‘택시’를 외친단다. ‘택도 없다,×발놈아’하고 말이다.


골퍼들은 자신의 비거리를 과신,‘택시’가 되는 일은 없어야 겠다. 여자말 안들어 득될 게 없잖은가.

/ jdgolf@fnnews.com 이종달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