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고어―부시 세 갈래 선택 시나리오…월스트리트저널 소개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14 05:21

수정 2014.11.07 12:06


플로리다의 늪에 빠진 미국 대통령 선거는 과연 어떤 결말이 날 것인가. 월 스트리트 저널지는 13일 고어·부시 후보에게 각각 세갈래 길이 놓여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는 플로리다주 부재자 투표에서 깨끗한 승리를 거두는 것이며, 둘째는 치열한 법정 싸움과 재검표를 거쳐 ‘상처뿐인 영광’을 차지하는 길이다. 셋째는 국익을 위해 개인의 야망을 포기하는 길이다. 저널은 각각의 길을 택할 경우 두 후보의 득실을 따졌다.

◇부재자 투표에서 승리=설사 부시를 꺾더라도 고어 후보에겐 첩첩산중이다. 공화당이 의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 임기 초반부터 공약을 제대로 실천에 옮길 수 없는 레임덕 현상이 우려된다.

상대적으로 부시는 의회와 부드러운 관계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의석수가 아슬아슬하기 때문에 심한 견제가 예상된다.

누가 이기든 중임은 어려울 것이다. 지난 74년 닉슨이 하야한 뒤 대통령직을 이어받은 공화당 포드 대통령은 곧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포드는 다음 선거에서 민주당 카터에게 패해 워터게이트의 벽을 넘지 못했다. 4년 뒤 선거에선 플로리다의 악몽이 기다리고 있다.

◇상처뿐인 영광=누가 되든 최악의 시나리오다. 당장 정통성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또 의회는 사사건건 대통령을 물고 늘어질 게 뻔하다.

고어가 기댈 언덕은 그나마 잘 굴러가는 경제다. 만에 하나 경제마저 삐걱거린다면 고어로서는 최악이다. 불행히도 미 경제는 지난 10년에 걸친 장기호황의 막바지에 도달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시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원 몇명을 장관에 임명하는 ‘거국내각’으로 난국 돌파를 시도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공화당 내 골수 보수파의 반발을 각오해야 한다.

◇국익을 위해 야망 포기=짐으로써 이기는 전략이다. 고어(52)든 부시(54)든 얼마든지 차기를 바라볼 수 있는 연부역강한 나이다.

고어가 부시에게 양보하는 ‘큰 정치’을 실천한다면 헌정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개인의 야망을 버린 인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또 4년 뒤 재도전의 깃발을 올렸을 때 당연히 대통령 후보 1순위가 될 것이다. 데일 범퍼스 전 상원의원(민주)은 “고어가 통 큰 모습을 보이면 2004년 후보로 지명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닉슨의 경우가 좋은 예다. 닉슨은 지난 60년 케네디에게 간발의 차이로 졌으나 깨끗이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났다. 결국 8년 뒤 닉슨은 백악관 탈환에 성공했다.

부시 역시 텍사스 주지사로 ‘우아하게’ 돌아갈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주지사 임기는 2년이나 남아 있다. 그동안 고어는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와 잦은 마찰을 빚으면서 이미지에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 부시의 용단은 4년 뒤 선거에서 빛을 낼 것이다.

/ paulk@fnnews.com 곽인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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