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공적자금에 대한 국정조사를 내년으로 미루고 먼저 40조원에 달하는 2차 공적자금 동의안을 우선 처리하자는 쪽으로 방향선회하고 있다. 참으로 일의 선후를 뒤바꾼 해괴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국회가 지난 9일 여야총무회담을 통해 공적자금에 대한 국정조사에 전격합의할 때 국민들은 그나마 다행으로 여겼다. 무려 109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에 대한 국회 검증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여야 태도는 이러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
공적자금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든지 ‘돈 먹는 하마’라는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것은 그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이 마치 정부의 뒷주머니 돈인양 마구 투입되는 것도 문제려니와 국민 세금으로 연명하는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는 국민을 분노케하고 그에 대해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현실을 국민은 개탄해 왔다. 12조원의 공적자금을 집어삼킨 제일은행은 겨우 5000억원에 팔리고 대한-나라-중앙종금 등은 5000억원을 들이고도 결국 문을 닫아 국민부담만 키우지 않았는가.
공적자금 규모보다 적은 예산안을 처리하는데도 국회는 1개월 이상 심의를 거친다. 그보다도 많은 공적자금이 과연 투명하고 합리적 기준에 따라 쓰였는지에 대한 점검없이 또다시 엄청난 규모의 자금 사용에 동의해주는 것은 2차 자금도 그렇게 불투명하게 사용해도 좋다는 동의라고 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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