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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이후 대책은 있나<중>-수주여건 개선하자]현실에 맞는 낙찰제 도입이 관건


아무리 최첨단 시대가 됐다해도 사람들은 일정한 주거나 사무공간이 있어야 하고 첨단기기가 발명된다 하더라도 이를 활용할 공간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된다. 출퇴근을 하기 위해서는 도로와 교량,철도를 이용해야 하고 배나 비행기를 타려해도 항구와 공항을 이용해야 한다. 일상생활 하나하나가 모두 건설산업과 관련이 있음에도 사람들은 건설산업을 ‘노가다산업’이라며 비하하거나 자신들의 생활과는 무관한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아파트나 건물을 하나 지으려면 땅파기부터 시작해서 마지막 인테리어까지 수십종의 유관업종이 공종별로 투입된다. 그래서 건설산업을 종합산업이라 일컫는다. 더욱이 건설업의 고용효과는 다른 어떤 산업보다 크며 특히 고도 경제성장의 견인차역할을 했다는 사실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부실기업 구조조정 논란이 대두되면서 건설산업은 천덕꾸러기 산업으로 전락했고 지난 3일 정부가 발표한 퇴출대상 기업 29개사중 건설업체는 11개사에 달했다.

퇴출된 11개사의 하도급 협력업체만도 1260여개사에 이르고 이들 업체의 상당수가 연쇄적으로 부도위기에 처해 있다. 11개사의 매출액은 4조8766억원,잔여공사가 3조5983억원,상시종업원수가 7760명에 달한다.

일반 건설업체 전체적으로는 현재 112개사가 워크아웃,법정관리,화의중이다.이들업체는 매출액이 25조4700억원,잔여공사가 14조7013억원,상시 종업원이 3만5894명이다.

최근 생사의 기로에 섰던 현대건설만 하더라도 직원만 7300명이나 되는데다 총 2500여개 중소업체와 거래관계에 있다. 이중 협력업체로 등록되어 있는 하도급 전문건설업체가 961개,연간 하도급 및 자재구매 금액이 2조5000억원,매월 영업관련 결제금액은 7000억∼9000억원에 달한다.

건설업계 퇴출로 인한 실업자 문제도 심각하다. 97년말 200만4000명이던 건설업 취업자가 현재 165만5000명으로 크게 줄었다. 35만명이 실업상태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영향으로 건설인력의 실업이 급증한 상황에서 또다시 건설업체 퇴출이 가시화될 경우 건설실업 가중만으로도 심각한 사회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

최근의 건설산업 붕괴는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건설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되지 않아 위기가 증폭되는 경향이 많다.

건설산업은 지난 98년이후 3년째 투자가 감소하고 있다. 올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퇴출과 관계없이 건설산업의 불황은 장기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재영 국토연구원 건설경제실장은 “2005년까지 건설재고의 증가,대형 국책사업 추진여건의 악화,주택수요의 안정 등으로 건설산업의 성장은 오히려 퇴보할 것”이라며 “2005년을 넘어서야 16∼18%수준의 성장이 유지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오늘의 건설업 부실에는 건설교통부를 비롯한 정부의 잘못이 크다. 건설업은 수주산업이다. 지금까지 관공사 수주가 건설업체 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건교부 등의 발주처가 업체를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대로 공사비를 주지도 않고 발주처의 우월적 권한과 지위를 가지고 업체에 일을 시켰다. 최저가 낙찰제도가 시장경제 원리에 가장 부합되는 낙찰방식이기는 하나 공사비의 직접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덤핑투찰이 일반화되고 있다. 부실공사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그동안 부찰제,평균가낙찰제,제한적 최저가 방식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지금은 예정가격의 적정선에 근접시켜야 하는 요행 낙찰이 이뤄지고 있다.

건설업체 부실은 93년부터 시작된 최저가 낙찰제에서의 공사수주가 모태가 되었다. 최저가 낙찰이 이뤄진 93년 조달청 예정가격 100억원이상 신규발주 공사의 낙찰률을 보면 70%미만 수주가 전체 123건중 32.5%인 40건이나 됐다.

이후 지나친 덤핑투찰로 인해 제한적 최저가로 바뀌어 대형공사는 73%선에 낙찰되고 있다. 한때 적정공사비 선으로 간주돼 85%선에 낙찰되던 그전보다 12%나 낮은 수준이다. 93년 2월∼95년 7월 실시,지나친 덤핑입찰 등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켜 폐기된 최저가낙찰제도가 내년부터 다시 시작된다.
이같은 잦은 입찰제도 변경은 대형건설업체나 중소건설업체 등 이해관계에 있는 특정 건설업체들이 끊임없이 로비를 해온 결과다.

법개정에 칼자루를 잡은 공무원들이 건설산업의 발전보다는 업체의 이해관계에 따른 주장에 영합하여 지난 50여년간 제도를 끊임없이 변경,건설산업을 뒤흔들어 왔다. 건설 투자감소로 이제 한국 건설기술의 퇴보와 사회간접자본(SOC)시설부족 등의 많은 문제점이 쌓여가고 있다.

/ somer@fnnews.com 남상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