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조업체 26%가 이자도 못 벌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15 05:21

수정 2014.11.07 12:05


한국은행이 14일 발표한 ‘2000년 상반기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제조업 부채비율은 193.1%로 지난해 말 214.7%보다 21.6%포인트 낮아졌다.그러나 문제는 조사대상 1807개 제조업체 가운데 26.7%인 484개 업체의 이자보상비율이 100%에 미달하고 있다는 점이다.이는 제조업체 가운데 4분의1 이상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특히 30대 그룹의 계열사중 이자보상비율이 100%에 미달하는 곳은 전체 평균보다 높은 41.2%로 조사됐다.대기업들의 경영실적이 더욱 나쁜 편이다.

제조업체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경상이익률도 5.1%로 지난해 동기의 4.2%보다 높아졌다.그러나 업종간 수익성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게 문제다.정보통신제조업은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99년 상반기 9.3%에서 12.8%로 크게 상승한 반면 기타제조업은 7.4%에서 7.3%로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차입금 의존도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차입의존도는 올 상반기 말 41.4%로 지난해 말의 42.8%보다 다소 낮아졌지만 미국의 27.7%,일본의 33.7%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기업의 부채비율 하락도 증자나 저금리 등 영업외적 요인에 기인하는 것보다 차입금 감소 등 기업구조조정의 결과로 이루어져야 더 바람직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소비,투자 및 생산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유가 상승과 반도체 가격의 하락 등 대외경제 여건도 나빠지고 있다.금융시장의 불안이 해소되고 자금경색이 풀리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순탄치 않을 것이다.기업 스스로 좀더 강도 높은 기업구조조정에 나서지 않고는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들은 피나는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경기둔화와 외부충격에 견디려면 기업들은 우선 차입금을 축소하여 재무구조를 건전하게 하고 핵심사업에 주력하며,인력감축과 비핵심사업의 매각을 통해 현금흐름을 최대화하여 유동성 위기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또한 국제기준에 맞는 기업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주주와 투자가들에게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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