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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새자구안 제시 배경]MK-MH '일괄타결'에 기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15 05:21

수정 2014.11.07 12:05


현대가 15일 현대종합상사를 현대자동차 또는 현대중공업에,현대오토넷을 현대차에 넘기는 방안을 골자로 한 추가자구안은 실현 여부를 떠나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그룹차원의 자구안이자 연관기업끼리 ‘헤쳐모여’를 통한 계열 분리의 의도도 있다. 이날 사외이사들이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의장의 경영일선 복귀를 촉구하고 나선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장도 이날 현대전자를 조기 계열분리키로 하고 중공업과 상선등 계열사 보유 전자지분을 3% 미만으로 낮추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며 작심한 듯 새로운 자구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대목도 심상찮다. 현재의 변수는 자동차와 중공업이다. 이들이 일단 거부했으나 전자계열분리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정부와 채권단 입장 등으로 보아 성사될 수도 있는 만큼 이날 자구안은 계열분리 등을 함께 담은 현대그룹 재편리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재수 위원장의 추가 자구안 제시 배경=김 위원장이 사전에 자동차와 중공업이 이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하고 새로운 자구 방안을 제시했을 리는 만무하다. 그렇다면 현대측이 한국토지공사의 서산농장 위탁매각을 통해 현대건설을 살리려는 정부의 의지를 앞세워 형제 기업의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압박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측도 그동안 여러차례 정몽구(MK) 현대·기아자동차회장을 비롯한 형제 기업의 지원이 현대건설 정상화에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볼때 김 위원장이 이날 밝힌 내용은 채권단과 상당한 조율을 거친 내용일 가능성이 높다.

김 위원장이 자동차와 중공업의 냉담한 반응을 무릅쓰고 추가 자구안을 흘린데는 최종 자구안 발표를 앞두고 시한이 촉박하다는 다급함 때문으로 풀이된다.그는 이같은 방안이 성사되려면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과 정몽구 회장,정몽준(MJ) 현대중공업 고문간에 합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여 여전히 형제간 일괄 타결에 기대를 거는 입장을 보였다.결국 MH·MK 회동으로 문제를 풀 수밖에 없다는 ‘승부수’를 띄우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

◇다시 늦춰질 가능성 있는 자구안 발표=그룹 재편차원의 자구안 제시로 자구안 발표가 다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현대 입장에서는 자구안 마련의 선행조건으로 MH와 MK의 화해와 이를 바탕으로 한 지원에 무게를 두고 있다.때문에 회동 성사가 지연되면 자구안 발표도 며칠 순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외형적으로 드러난 상황을 종합해볼 때 끝내 MH와 MK의 만남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현대가 채권단과 조율을 앞세워 형제기업들의 지원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상황으로 돌변함에 따라 MH와 MK의 회동 여부가 다시 현대 유동성 위기 해결의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현대종합상사 입장=현대종합상사는 자사를 현대·기아자동차 소그룹이나 중공업 소그룹에 포함시키려는 현대의 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현대·기아차 제품의 비중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자동차계열에 포함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다 주가 관리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종합상사의 비공식적인 입장이다.

현대종합상사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의 이 회사 총 매출액 225억6900만달러 가운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의 수출이 81억6900만달러로 전체의 36.2%를 차지했다. 종합상사는 자동차가 완전 분리된 뒤 수출대행 수수료 문제로 곤경에 처해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쪽이 0.5∼0.7%씩 지급해온 수출 대행 수수료를 IMF 이전 수준인 0.25% 선으로 낮춰달라고 요구,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수출대행 계약을 끊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져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주가 관리 차원에서도 자동차나 중공업 계열로 들어가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주가가 계속 1500원대를 맴돌고 있는 것은 ‘상반기 경상이익 144억원,순이익 92억원’이라는 경영성과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된 것으로 자동차 또는 중공업 소그룹으로 편입될 경우 상당한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회사 직원들은 전망하고 있다.

/ minch@fnnews.com 고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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