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손잡은 현대3형제]夢형제 악수…건설 회생 '완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16 05:21

수정 2014.11.07 12:04


현대사태가 정몽구(MK) 현대·기아차회장과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의 전격 회동으로 극적인 해결의 물꼬를 텄다.16일 오전 MK와 MH 회동은 현대사태의 근인으로 작용해온 형제간 갈등을 풀고 관계 복원을 이룬다는 상징적 의미와 함께 현시점에서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의 결정적인 해법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두 사람의 회동은 시장 신뢰 회복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형제기업 지원내용=MK는 일단 지원 방침을 정한 뒤 지원형태를 놓고 고심하는 입장이다.최대주주인 다임러크라이슬러와 소액주주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합법적 거래 형태로 최대한 잡음을 줄이는데 신경 쓰고 있는 눈치가 역력하다.

따라서 지원도 현대차 소그룹의 모체인 현대차는 놔두고 관계사인 기아차·현대모비스·인천제철을 통해 우회지원하는 형태로 방향을 정했다.

현대모비스가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지분 2.69%(960억원)를,기아차는 현대전자 자회사 현대오토넷 지분 15%(1200억원)를,인천제철은 현대건설 인천 철구공장(400억원)을 매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2600억원 규모 지원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당장 실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은 정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매입에 그칠 공산이 크다.우선 현대오토넷은 현대전자가 지분 78%(1248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기아차와 현대전자가 추가로 협상을 벌여야할 대목이다.현대오토넷 지분 올 초 평가액 5만원(5000원)을 기준으로 지분 15%를 넘길 경우 1200억원의 계산이 나온다.그렇지만 협상 결과에 따라 금액은 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인천 철구공장 매입방안은 인천제철의 대주주가 채권단이라는 점에서 현대차 입장은 단순 건의만 할 수 있을 뿐,실행까지 보장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물론 정부 의지로 볼 때 실현 가능성이 높지만 각종 절차로 인해 시일이 오래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MK 명분과 실리 챙겨=MK가 모기업 지원에 나서 건설이 희생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지만 내용면에서는 실리를 챙겼다는 시각이 높다.우선 자동차 소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현대모비스가 자동차지분 2.69%를 매입,경영권 방어에 한층 여유를 갖게 됐다.코스닥 상장을 앞둔 현대오토넷 매입은 현대차소그룹으로서는 카스테레오의 안정적 공급물량 확보는 물론 상황에 따라 상당한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철구공장 부지 매입 방안 역시 인천제철로서는 싼 값에 사들이는 이점이 있다.

MK의 지원은 사실상 계열분리에 따른 정리금 지불의 성격으로 볼 수 있다.앞으로 합법적인 테두리내에서라도 돕지 않겠다는 MK측의 입장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이번에 선을 확실히 그어둠으로써 MH그룹과 MK그룹이 완전히 결별수순에 들어갈 것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전망=일단 MK의 지원이 가시화되면 현대건설 자구가 상당한 탄력을 받아 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MK측의 지원규모가 2600억원 규모에 달하는데다 정몽준(MJ) 현대중공업 고문의 중공업이 1700억원 상당의 계동사옥을 매입해준다면 4000억원 가량의 추가 유동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그러나 현대중공업이 당장 계동사옥을 사들일 수는 없을 것 같다.

이번 자구계획안은 그동안 4차례에 걸친 자구계획안과 달리 매수처와 이행내역이 구체적으로 적시될 것으로 보여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따라서 정부와 채권단은 17일 자구안이 발표되는 대로 신규자금 지원과 함께 신용등급 상향조정 검토에 들어가 국가경제에 부담을 주는 현대건설 사태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 minch@fnnews.com 고창호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