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손잡은 현대3형제]현대그룹및 재계 채권단 반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16 05:21

수정 2014.11.07 12:04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이 16일 오전 회동 지원 등에 합의하면서 지리한 현대 건설의 유동성 위기사태는 막을 내렸다. 현대 계열사 임직원들은 쌍수를 들고 환영했고 다른 기업들과 이번 사태해결에 음양으로 관여해온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등도 사태가 잘 마무리 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 현대 계열사=현대건설은 이날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정몽헌 회장이 만나 화해하고 현대차 그룹이 현대건설을 지원키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모처럼 환한 표정이었다. 현대건설의 한 부장은 “피는 물보다 진한 것 아니냐”며 “두 형제가 화해하면서 과거를 잊고 앞으로 협력하기로 한 만큼 금명간 발표될 자구안은 채권단과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유동성 위기가 다시 오지 않도록 경쟁력을 갖추자는 반응과 함께 회사 조직에 대한 대수술을 단행하는 등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현대 기아자동차도 반기는 분위기였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MK-MH의 회동으로 형제간 화해와 모기업 회생의 발판을 마련해줘 시장신뢰 회복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번 기회를 토대로 현대건설 등 현대그룹과 현대차 소그룹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앞으로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라도 돕지 않겠다고 MK가 입장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MH그룹과 MK그룹이 완전한 결별수순에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현대차로서는 현대오토넷 매입과 철구사업부 부지 매입 등 실속을 챙긴 것으로 손해볼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대중공업과 현대 종합상사는 정몽구 회장이 16일 정몽헌 현대 회장을 만나 화해하고 협조키로 한데 대해 한마디로 박수를 보낼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상사 관계자는 “현대차의 직접 지원은 불가능하겠지만 서로간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경우 현대건설의 자구안에 상당한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재계=전경련과 상의는 MH와 MK회동이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는 기반이 되기를 바란다면서도 현대차의 현대건설 지원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현대차의 현대건설 지원이 아직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지만 두 회장의 만남은 건설 관련 산업이나 하청업체의 위기의식과 시장불안을 해소하는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대차 그룹의 합법적인 현대건설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상의 관계자는 “정몽헌 회장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잘한 일”이라며 “이제는 정 회장이 경영일선에 나서서 현대건설 문제 해결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공업계와 철강업계는 당장의 파국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이나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형제 개인적 차원에서 도와주는 것은 좋은 일이나 기업적 차원에서 도와준다는 것은 외국인 투자가들에게 오히려 신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며 이는 미봉책에 불과해 사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재경부 금감위=재경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현대건설의 유동성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그러나 현대건설의 문제는 집안끼리 자산 등을 주고 받는다고 해서 해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현대건설은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면서 “수익성이 있는 부분과 없는 부분을 분리하는 등의 방안을 강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대는 30년 동안 해외에서 시공한 경험과 실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으로 쓰러질 경우 해외 건설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입는 타격은 매우 크다”며 “때문에 현대건설을 살릴 수 있으면 살리는 모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우그룹의 붕괴로 동구권 자동차 시장에서 대우는 물론 한국의 입지가 완전히 없어졌고 이를 복원하는 데 최소한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들어 현대건설은 반드시 살리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채권단=몽구,몽헌 회장의 극적 화합으로 현대건설의 자구계획안이 가닥을 잡아가자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비교적 밝은 표정. 현대그룹을 전담하는 여신심사부 현대반은 오랜 만에 신문을 볼 여유가 생겼다며 희색. 그러나 이도 잠시,은행장의 호출로 17일 자구계획 발표에 대해 내부적으로 협의하는 등 다시 분주한 모습. 현대반 관계자는 “무려 수개월 동안 현대건설문제에 매달려 이제는 피로증후군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것 같다”며 “제발 올해안에 현대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푸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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