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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빅뱅 fn특별인터뷰-김경림 외환은행장]독자생존후 금융지주회사 추진


김경림 외환은행장은 ‘일복’이 많은 사람이다.

김 행장은 지난 99년 부산은행장으로 임명된 후 부산은행 조기경영정상화의 발판을 다지다가 1년3개월만에 외환은행장으로 발탁돼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지금까지 6개월동안 정신없이 지냈다. 현대 ‘왕자의 난’ 이후 불거진 현대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정부와 현대그룹 사이에서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그래도 그는 부산은행에서는 떠나지 말라고 잡고, 외환은행에서는 그 흔한 ‘노조 신고식’도 없이 입성해 ‘주가’를 높였다. 그는 얼마전 독일로 날아가 대주주인 코메르츠방크를 직접 설득해 증자참여도 이끌어 냈다. 외환은행 독자생존과 현대건설 사태 마무리에 분주한 김경림 행장을 만났다.

―외환은행의 독자생존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실채권이 많이 늘어났고 이에 따른 자기자본비율 악화로 고전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기본적으로 연간 9000억∼1조원의 업무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특히 내년까지 실행할 자본확충, 부실자산 완전 정리, 수익성 있는 자회사 매각 등 경영합리화 계획이 타당성을 인정받아 이번에 독자생존을 승인 받았습니다.

그러나 현대·동아 문제 등으로 일부에서는 외환은행의 독자생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외환은행은 지난 6월말 현재 5조7000억원에 이르는 고정 이하 여신을 갖고 있으나 이미 2조40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습니다. 내년까지는 대부분의 부실채권을 매각이나 자체상각 등을 통해 정리할 계획이며 이에 따른 손실은 1조6000억원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정도는 대주주 출자, 일반공모 증자, 자회사 매각, 올 하반기·내년도 업무이익 등 자본확충과 수익으로 전액 보전하고도 남습니다. 내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도 11%로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외환카드 지분은 언제, 어느 정도 매각할 계획입니까. 또 카드업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SK측과 접촉하고 있는지.

▲매각자문업체를 선정해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외 10여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인수의사를 밝혀 왔습니다. 이달말 외환카드 매각을 위한 기업설명회를 개최한 다음 인수제안서를 받아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하고 실사를 거쳐 내년초 매각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외환카드 지분은 우리가 51%이고 나머지 49%를 미국 올림푸스캐피털이 갖고 있는데 올림푸스쪽도 수익실현 차원에서 지분을 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지분을 얼마나 팔 것인지는 시장상황과 인수조건 등을 고려해 매각가치를 최대화할 수 있는 선에서 신축적으로 결정할 것이지만 인수자측이 원하면 지분 전량을 팔 것입니다. 이번 매각은 경영권 이양을 포함하는 만큼 관련업체들의 관심이 커 제값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분 전량을 판다면 매각대금을 1조원까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SK측과는 아직 어떠한 인수협상도 없었습니다. 외환카드 매각방침을 정하기 전에 우리측에서 먼저 전략적 제휴를 제의한 적은 있습니다. 그러나 SK는 방대한 이동통신 가입자망과 정유사 카드회원 등 탄탄한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값비싼 대형 카드사를 인수하기보다는 중소형 카드사를 노리는 것 같습니다.

―부실자산 감축은 계획대로 잘 진행될까요.

▲지난 6월말 현재 고정이하 여신 5조7000억원중 5조5000억원을 내년말까지 처분할 것입니다. 이 경우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신규 부실여신 1조원 정도를 감안하더라도 올 6월말 17.4%에서 내년 6월말 6%, 12월말 4%로 떨어질 것입니다. 부실여신중 42%인 2조4000억원은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하고, 나머지 3조1000억원은 상각 등을 통해 자체 정리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자산관리공사측에서 부실여신 전액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부실자산 처분은 차질이 없을 것입니다.

―‘독자생존 후 합병검토’ 원칙을 여러차례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그 시기는 언제쯤이라고 생각하는지.

▲외환카드 매각이 끝나면 당연히 시장에서도 우리 은행의 독자생존을 신뢰하게 될 것입니다. 경영정상화가 완료되면 소매금융이 강한 은행과 전략적 제휴 또는 합병 내지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모색할 것입니다. 그러나 각 은행간 기업문화나 맨파워가 상당히 이질적이기 때문에 즉각적인 합병보다는 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어느 정도 시간을 가진 뒤 통합과 합병을 추진하되 이에 앞서 전산합작사 설립, 영업전략의 공유 등 사전 정지작업을 거쳐야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른 대형 금융기관처럼 이업종을 포괄하는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할 계획은 있는지.

▲경영정상화 계획의 일환으로 지금은 자회사인 환은증권과 외환카드의 지분을 매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영정상화가 완료되는 시점에서는 대형화·겸업화 추세에 따라 은행의 자회사 형태가 아닌 은행·증권·보험·카드·리스 등을 병렬적으로 망라하는 금융지주회사 출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주채권은행으로서 향후 현대그룹 회생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현대건설이 1조원 상당의 자구계획을 내놓은 데다 매출과 수익성이 동시에 개선될 것으로 예상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는 8억달러가 넘는 이라크 공사 미수금, 장부가만 6400억원이나 되는 서산농장의 매각 지연, 97년 외환위기 이후 줄어든 건설물량 등 3대 요인이 누적돼서 일어났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차입금이 한때 5조9000억원에 육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대건설 차입금은 10월말 현재 5조2000억원으로 줄었고 이번 자구계획이 제대로 추진되다면 이자보상배율이 1 이상으로 올라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충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것입니다. 따라서 내년초에는 현대건설의 신용등급도 상향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감원, 점포축소 등 기존의 구조조정계획을 더 강화할 생각은 없는지.

▲현재 총인력 7547명중 12.7%에 달하는 860명의 감원을 추진중입니다. 이후 추가 인원감축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영업점 축소도 병행해 국내점포 14개, 해외점포 7개를 없앨 것입니다. 현재 외환은행의 국내 점포수는 280개로 다른 은행에 비해 수적으로 열세지만 점포운용의 효율화를 위해 적자점포를 폐쇄할 방침입니다. 이와 함께 유망지역에는 새로 진출하고,기존 점포를 재배치하는 한편 무인자동화기기 확대배치를 통해 영업점 열세를 보강해 나갈 생각입니다.

―우리나라 금융산업발전과 금융구조조정 등 전반적인 금융현황에 대해 개인적인 견해가 있으시면 말씀해주시죠.

▲먼저 은행간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력의 약화와 은행별 대규모 정보기술(IT) 중복투자로 인한 비효율성을 없애야 합니다. 또한 외국계 대형 선진은행들의 국내 금융시장 공략이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은행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은행통합 등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합니다.
다만 지금까지 이뤄진 국내외 은행의 합병사례를 잘 살펴 은행통합은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할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은행부실 정리나 구조조정의 목적으로 은행 합병이 이뤄졌으나 합병후 인력융합이 어려웠고 부실처리가 늦어져 부작용이 컸습니다. 이와 달리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고객의 공유, 타지역·타업종 진출목적으로 은행합병이 진행된 결과 경영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시장지배력도 강화되는 등 시너지효과를 거뒀다는 점을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

◇약력

▲58세

▲경북 영천

▲서울대 법대

▲한국은행 입행(66년)

▲한국은행 뉴욕사무소 조사역, 임원실장, 은행감독원 금융개선국장, 여신관리국장, 감독기획국장, 한국은행 이사, 은행감독원 부원장보

▲부산은행장(99년)

▲외환은행장(2000년)

▲아시아·태평양지역 은행장협의회(APBC) 의장

/정리=정민구기자 donkey9@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