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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자구안 진통]車-중공업-상선 '지원 떠넘기기'


현대중공업이 현대건설 소유 서울 계동 사옥을 매입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림에 따라 현대건설 자구안 마련이 막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7일 “조충휘 현대중공업 사장이 16일 저녁 김재수 현대 구조조정위원회 위원장에게 계동 사옥 매입을 못하겠다”고 통고했다며 “조 사장은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중공업 지분(12.46%)중 3.5%(500억원,17일 종가 기준)를 매입해줘 상선측이 주식 매각대금으로 건설의 기업어음이나 회사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선측은 이날 “보유 중공업 지분 매각을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부인하고 나서 현대건설 자구계획발표가 미뤄지고 있는 상태다.

◇계동 사옥 매입 거부한 중공업 입장=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은 16일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의장과 만난 뒤 “계동사옥 매입은 중공업측에서 도와주도록 얘기해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정 회장은 회동 뒤 곧바로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과 조 사장에게 계동 사옥의 매입을 검토해보라는 내용의 전화를 걸었다.

중공업 관계자는 17일 “현대건설이 이미 지난 98년 12월 경영개선을 위해 현대건설 소유 토지와 빌딩을 계열사인 자동차,종합상사,정유,중공업에게 1344억원을 받고 분할 매각한 바 있다”며 “중공업이 나머지 현대건설이 사용중인 본관 6개층과 별관 6개층 사무실과 수용장,체육관,주차장,공원 등을 매입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거래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16일 저녁 거래은행인 씨티뱅크 등 거래 금융기관들이 계동사옥을 매입한다면 앞으로 선박 수주를 위한 보증 업무를 못해주겠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이밖에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계동사옥 매입을 소액주주들의 이익에 반하는 부당한 지원이라는 매도의 목소리도 중공업의 계동사옥 매입의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공업 경영진은 내심 현대차그룹이 자신들은 정당한 거래에 의한 지원임을 강조하면서 실속도 차린 반면 중공업에는 실익이 전혀 없는 계동 사옥 매입을 떠넘겼다는 불만이 사옥 매입 거부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도와줄 방법 모색하는 중공업=중공업측이 계동 사옥 매입은 거부하면서도 상선 보유 중공업 주식 매입을 대안으로 제안한 것은 시장이 납득할 만한 거래라면 지원해주겠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다시 말해 중공업도 정당한 거래에 따른 지원이 아니라면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건설과 함께 MH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상선이 주식매각대금으로 건설의 기업어음이나 회사채를 사는 형태로 도움을 주면 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그러나 상선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상선측은 “건설 지원문제는 주주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지분은 팔더라도 상선의 부채축소에만 활용할 계획”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주변에서는 이에따라 계동사옥을 친족기업이나 계열사가 분할매입하는 형태로 해결을 보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현대는 중공업 계동 사옥 매입안이 1700억원이나 돼 이를 제외한 채 자구안을 발표하기보다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minch@fnnews.com 고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