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예금공사 기업조사권 신설]기업·금융부실 차단 '의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19 05:22

수정 2014.11.07 12:02


예금자보호법을 고치면서 예금보험공사에 기업직접조사권 등을 준 것은 기업부실이 금융부실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표명으로 여겨진다. 동시에 기업에 만연돼 있는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뿌리뽑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기업조사권 신설=그동안 기업에 대한 책임추궁을 금융기관이 담당하는 게 원칙이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던 부분도 작용했다. 금융기관들은 이미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만큼 채권회수 등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것도 공적자금을 투입한 예금보험공사가 직접 나서게 되는 빌미를 주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예금공사는 12월 중순부터 기업 이사회 회의록, 회계장부 등을 제출받아 조사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잘못을 저지른 기업과 관련자를 엄중히 가려내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배임·횡령 등의 혐의가 확인되면 형사 고발조치를 하게 된다.
물론 예금공사는 국세청·건교부 등 관련 기관을 통해 부실책임자가 은닉한 재산까지 찾아내 손해배상 관련서류에 첨부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앞으로는 공적자금·예금대지급금 등의 방식으로 예금보험기금에 손해를 끼친 부실금융기관은 물론 이들 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기업에 대해서도 철저한 책임추궁을 한다”면서 “이는 자금회수뿐 아니라 모럴해저드를 뿌리뽑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선 12월중에 한빛·평화·광주·제주은행 등 정부주도 금융지주회사로 묶이는 은행과 한국·한스·중앙·영남종금 등 부실종금사에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부실한 보험·금고·신협 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도 적지 않은 국민세금이 들어간다. 기업조사권 행사의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손해배상책임보험 가입=예금자를 보호하고 국민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에 해당된다. 금고·신협 등 중소금융기관의 경우 임직원의 부정행위만으로 파산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예금대지급을 해줘야 한다. 그러나 이들 기관이 이 보험에 가입하면 파산을 면할 수 있다. 청산되더라도 예금공사는 대지급 부담을 덜게 된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위험도가 높은 이런 중소금융기관의 보험계약을 꺼리고 있어 문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고연합회 등 금융기관 단체는 손보협회 등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은행을 비롯한 대형 금융기관들은 임직원의 불법행위로 파산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또 자체 판단에 의해 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그래서 정부는 이들 대형 기관에 대해서도 보험가입을 의무화할지에 대해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소비용 정리 명문화=예금자보호법 개정안에 ‘최소비용정리’ 원칙을 명문화한 것은 비경제적 논리에 의한 금융구조조정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금까지는 청산가치가 존속가치보다 높은 금융기관을 회생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금융기관이 파산할 경우 금융시장 불안이 증폭되는데다 노조의 반발이 우려돼 어쩔 수 없이 회생시킨 경우가 적지 않았다. 부실 지방은행들을 정부주도 금융지주회사로 묶기로 한 방침이 그 사례에 해당된다.
경제원리보다는 정치적 판단을 택한 경우다.

예금공사 관계자는 “앞으로 금융기관의 생사여부 결정과정에서는 이같은 정치적 판단이 배제될 전망”이라면서 “다른 정부기관들이 실업·금융시장 등의 문제를 앞세워 청산이 마땅한 기업을 회생시키려는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데 이 조항이 좋은 무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조항은 2차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끝난 후에나 제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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