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골프일반

[19홀] 골프장 목욕탕 풍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20 05:22

수정 2014.11.07 12:02


“야 임마, 내 너하고 다신 골프 안한다.”

“내가 할 소리 하고 있네. 나도 너같이 매너 나쁜 놈하곤 골프를 안하면 안했지 다시 골프치고 싶은 생각 없다.”

막 라운드를 끝내고 클럽하우스 목욕탕 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이 옥신각신 다투는 소리다. 잠시 후 물 바가지 내던지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봐 좀 심각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다.


수도권의 모 골프장 클럽하우스 라커실에서 5년째 근무한다는 K씨는 “손님들의 싸움에 끼어들 처지도 아니지만 이럴 땐 그저 싸움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상책”이라고 나름대로 노하우를 설명했다.

K씨는 “한 달이면 이런 일이 3∼4건씩 일어난다”며 목욕탕 안에서 말다툼을 넘어선 싸움을 자세히 알려줬다.
목욕탕 싸움의 원인은 대부분 ‘내기골프’ 때문.

싸움은 손님이 하지만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라커실 직원. 골프장 라카실 직원들이 목욕탕에서 말다툼을 벌인 골퍼들에게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것은 이들이 종종 라커실 열쇠를 갖고 가기 때문. ‘열’이 받은 상태로 욕탕에서 나와 옷을 입고 바로 집으로 향하는 바람에 자칫 하다가는 손님을 놓쳐 열쇠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라는 것.

솔직히 더욱 기분 나쁜 것은 싸움을 벌인 손님의 대다수는 1000원짜리 ‘팁’조차 내지 않고 가버리기 때문이란다.

/이종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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