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설]정치력 한계 드러낸 집권여당


민주당은 검찰 수뇌부에 대한 탄핵안을 실력으로 저지함으로써 스스로 정치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탄핵안이 적법하지 않은 정치공세라는 것이 민주당의 일관된 주장이지만 그러나 본회의에 보고된 의안을 상정하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저지한 것은 탄핵안의 적법성 여부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를 한데 묶어 호도하려는 것 자체가 이미 정치력의 한계를 말해 준다. 그 동안 여권의 원내 과반수 확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자민련이 이번 탄핵안에 대해서만은 등을 돌렸거나 적어도 불투명한 입장을 취하게 된 것 역시 민주당의 정치력 부재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금 국회에는 새해 예산안과 세제개편 관련 17개 법안을 비롯하여 40조원 규모의 공적자금 동의안, 예금자 보호법, 전력사업 구조개편법안 등 수 많은 경제관련 법안이 계류되어 있다.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는 경제현실을 생각할 때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국가의 명운과 민생이 걸려 있는 법안들이다. 특히 공적자금 동의안의 표류는 올 12월로 시한까지 정해 놓고 있는 금융구조조정과 개혁이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이처럼 중요한 정기국회를 집권 여당이 스스로 국회법을 무시한 ‘실력행동’으로 야당의 강경투쟁을 유발시킨 것은 어떤 논리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구조조정과 연관하여 양대노조가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현 상황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집권여당의 정치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지원하려던 국회법 개정안이 야당의 실력저지로 무산되었을 때 김대통령의 ‘국회법에 따른 다수결 원칙’을 앞세워 비난했던 여당이 국회법을 무시하고 다수결 원칙의 기본이 되는 의안의 상정 표결 자체를 저지한 것은 신뢰성의 차원을 떠나 일종의 기만이다.
그래 놓고 ‘내년 2월까지 시한부 정쟁 중단’을 제의하고 나선 것은 적반하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국가와 민생을 걱정하는 여당이라면 정쟁을 중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여건조성과 응분의 책임부터 질 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 싸움으로 초가삼간을 태울 수 없습니다’라는 신문 광고에서 주장한 ‘정치공세 경제를 망칩니다’ ‘법질서가 무너지면 무정부 상태가 됩니다’ ‘경제를 살리는 정치가 되어야 합니다’는 세가지를 스스로 경청할 수 있는 정치력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