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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 무얼 담았나]재벌개혁 칼날 '다시 칼집으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20 05:23

수정 2014.11.07 12:01


20일 법무부가 내놓은 상법 개정안은 공청회 등을 통해 그동안 비중있게 추진됐던 알맹이가 빠져 재벌개혁에서 상당히 후퇴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장기과제로 넘어가고 최고 경영진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논의됐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설립도 무산됐다.

그동안 법무부의 용역보고서 발표와 공청회를 거치면서 경제계의 강력한 반발이 있기는 했지만 어느 때보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열망이 높았던 만큼 실망이 큰 법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개정안은 무얼 담고 있나=소수주주권 보호를 위해 주주의 신주인수권을 강화한 것이 거의 유일한 수확이다. 신주발행은 그동안 재벌의 편법적인 재산상속의 도구로 활용돼 재계 안에서도 비판여론이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신기술의 도입과 재무구조 개선 등의 목적을 위해서만 신주를 주주 이외의 사람에게 배정할 수 있도록 해 제도적으로 편법상속을 막았다는 평가다.


대표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주주에게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규정의 신설로 소송제기에 대한 부담을 없애 대표소송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개정안에 빠진 개혁법안=대표적인 개혁법안이었던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빠졌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알맹이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있다”며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빠진 이상 나머지 신설 규정의 실효성도 보장받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이 경영진의 전횡을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줄 수 있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였다. 그동안 재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저지노력을 했던 규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외이사 선임에 있어서 최고경영진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도입하려 했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 규정도 빠져 사외이사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에서는 또 이사회의 권한강화를 위해 19가지로 상세하게 규정했던 ‘이사회 승인사항’이 빠졌다.
그리고 이사의 영업기록과 회계장부에 대한 완전한 접근도 허용되지 않았다.

회사와 경영진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하려 했던 검사인 선임청구권의 단독주주권화도 무산됐다.
현행 상법은 검사인 선임청구권을 3% 또는 1.5% 이상의 소수주주권으로 규정하고 있어 현 규정이 그대로 유지되게 됐다.

/ dream@fnnews.com 권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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