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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기업·기업인―한국휴렛팩커드 최준근 사장] 한국과 함께 성정하는 동반자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21 05:23

수정 2014.11.07 12:01


‘스스로 재창조해야 한다.’

한국휴렛팩커드(HP) 최준근 사장이 본사의 방침에 따라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사항이다. 60년전 빌 휴렛과 데이비스 패커드라는 두 창업자가 미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차고에서 HP를 설립했던 것처럼 ‘창조 정신’을 계승하자는 것이다.

최사장은 지난 98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으로 국내 경기가 어려웠을 당시 본사로부터 3억7000만달러를 유치하는 성과를 올렸으며, 최근에는 인터넷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개라지(garage) 프로그램’을 국내에도 실시토록 이끌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한 자금이나 장비지원이 아닌 비즈니스 모델개발 지원에서부터 마케팅 협력에 이르는 총괄적인 기업 육성책이어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사장은 76년 부산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75년 삼성그룹에 입사했으며, 82년 HP 소프트웨어 연구소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업무를 시작으로 HP와 인연을 맺었다.
93년 한국HP 관리본부장을 역임하고 95년 10월 사장직에 올랐다. 하버드대학 최고경영자과정을 지난 98년 수료했으며, 현재 전경련 국제기업위원회 회장직과 서울상공회의소 부회장직을 맡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스스로를 본사의 경영정신을 한국 상황에 맞도록 한국HP 직원들에게 전달하는 ‘가교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최사장을 만나 최근 결산 결과와 내년도 계획을 들어봤다.

―지난 10월31일에 2000 회계연도가 마감됐습니다. 평가를 해본다면.

▲전년도 매출 8971억원 보다 증가해 1조원대를 처음 넘어섰습니다. 전년보다는 성장했지만 만족스럽진 못합니다. 유닉스나 NT서버 등 시스템 분야에서는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프린터 사업은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서버 분야에서 8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거뒀습니다. 성장률에서만 보면 NT 서버가 단연 높았습니다. 전년대비 두 배 가량 성장했으니까요. 유닉스서버에서도 60%의 성장을 거뒀습니다. 다른 경쟁업체들도 이 정도의 성장은 거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사에서는 전년대비 성장이 중요하긴 하지만 경쟁업체들과의 시장점유율에서 얼마나 좋은 결과를 얻었는지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벤처기업들이 위축돼 내년 시장 전망이 밝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벤처들의 경쟁적인 정보기술(IT) 투자가 업계의 성장을 이끈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HP의 경우 벤처에 대한 직접적인 판매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입니다. 내년도 경제 성장률이 5%대로 예측되는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의 투자심리는 상당히 위축되겠지만 기업들은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기업들이 경쟁력을 더욱 고민하게 되면 결국 정보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칼리 피오리나 회장이 가장 강조하는 사항은 무엇입니까.

▲최우선은 ‘속도’입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점에 전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기존에는 HP가 성장 속도를 결정하고 주도적으로 시장을 이끌어 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나 이젠 달라졌습니다. 피오리나 회장은 기술이 보편화되면서 고객이 원하는 것이 다양해 졌다는 것을 강조하며 HP가 고객의 요구를 즉각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본사에서 추진했던 컨설팅업체 인수건은 불발로 끝났는데 이에 따른 영향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인수와 관련해선 한국HP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PwC가 인수됐으면 HP가 강조해 온 컨설팅 부문에 크게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를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와 상관없이 컨설팅 부분을 강화해 왔으며, 최근에는 전체 조직을 고객 중심 체제로 바꾸고 컨설팅 조직의 역할도 증대시켰습니다.

―향후 계획을 말씀해 주시죠.

▲한국HP를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이며 기대입니다. 이는 곧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가 되는 길이기도 합니다.
본사 역시 존경받는 기업이 되고자 꾸준히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 HP의 앞선경영방식을 국내 기업에 소개하는 것이 우리 사회와 경제에도 기여하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개인적으로는 HP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컨설팅회사를 설립하거나 HP의 아태지역 본부 또는 본사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 benoie@fnnews.com 이성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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