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집중기획-법정관리제]업계및 채권금융단 시각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21 05:23

수정 2014.11.07 12:01


[건설업계]˝신뢰잃어 사실상 파산 공공수주라도 지원을˝

건설업체에 ‘법정관리는 곧 청산으로 가기 위한 ‘시한부 생명’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일관된 견해다.

건설업은 속성상 수주산업이고 공사수주는 재무구조와 신뢰가 생명인 만큼 법정관리는 곧 이 두가지 모두 잃게 된다는 것이다.

우선 부도후 법정관리신청에서부터 회사정리절차개시·관리인 선임·법원의 법정관리 인가 등에 이르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최소 3∼4개월 소요된다.이 기간에 채무는 동결된다 하더라도 공사수주는 물론 모든 사업이 중단되고 근로자들의 임금은 꼬박꼬박 쌓이게 된다.따라서 악화된 재무구조는 계속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설사 몇 개월 뒤 법원으로부터 법정관리 인가를 받는다손 치더라도 신규공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법원의 강한 의지가 있어야만 공사수주에 참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형업체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사들은 대부분 컨소시엄으로 수주하기 때문에 멀쩡한 회사들이 사전자격심사(PQ)에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법정관리회사와 손잡을 이유가 없다는 점이다.

채권단이나 법원의 속성상 법정관리기업으로 지정되면 신규공사 수주는 최대한 억제하고 기존 공사를 마무리하는 선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더이상 발전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사업성이 양호한 아파트 등 자체사업도 떨어질 대로 떨어져 버린 신인도 때문에 일반수요자들이 법정관리업체가 공급하는 아파트나 상가 등 건설상품을 사들일 리 없다.물론 민간 발주공사수주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특히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서 퇴출된 기업이 법정관리에선 받아들여지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고 주장한다.역설적으로 둘다 회생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같은 잣대로 잰다면 워크아웃에서 퇴출된 기업은 법정관리에서도 받아들여져선 안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왕 회생가능성이 인정돼 법정관리 인가가 난 업체라면 적어도 공공공사의 수주부문이라도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poongnue@fnnews.com 정훈식기자
[채권단]˝법원 경영마인드 한계 전문관리인 육성 시급˝

채권금융기관들은 법정관리 제도에 너무 많은 허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법원이 경영마인드를 갖고 위기의 기업을 살려내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법정관리 기업에 대해서는 정상기업보다 훨씬 정교하고 유연한 정상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러나 법원에 기업경영에 대한 종합적인 식견과 판단력을 요구하기는 무리다. 채권 금융기관들은 미국 등 선진국처럼 경제전문판사와 전문 법정관리인을 체계적으로 집중 육성하지 않고서는 법정관리제도의 실효성을 높이지 못할 것라는 입장이다.

법원이 파산이 아닌 회생 결정을 내린 기업에 대해서는 이를 번복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영여건이 달라져 회생가능성이 희박해져도 법원으로서는 과감히 지원을 끊을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법원은 최근 부실 법정관리기업에 대해서는 조기퇴출을 단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채권 금융기관들은 시스템 자체를 개혁하지 않는 한 일회성 경고에 그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채권-채무 동결로 법적으로 부도 위기를 면한 법정관리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감시하는 장치가 허술하다는 점도 문제다.
H은행 관계자는 “법원은 일상적인 기업경영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법정관리인이나 기업 오너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채권단으로부터 자금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 kyk@fnnews.com 김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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