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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 쟁점-전력산업 구조개편 문제없나]정부·노조·전문가 지상논쟁


‘전력산업 구조개편 법안’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안과 밖’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한전 민영화의 근거가 될 이 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려는 산업자원부와 한전, 이에 맞서 결사 저지하려는 한전 노조와 노동계.이르면 이번주에 승패가 판가름나게 됐다.이 법안의 통과 여부는 한전은 물론 민영화를 앞둔 다른 공기업의 장래를 결정짓게 돼 국민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오는 23일 국회 공청회를 앞두고 한전 민영화의 쟁점을 살펴본다.
[정부입장]늦을수록 더 손해
정부는 한국전력공사를 분할 매각하는 첫번째 이유로 경영비효율에 따른 전력공급을 위한 투자재원의 부족을 꼽는다.산업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20일 “발전능력이 2000만㎾h이상 되면 하나의 회사로 운영되기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 생기는 게 현실”이라면서“한전의 부채는 지난 해 기준으로 31조원으로 원리금 상환액만 연간 매출액 15조원의 약 40%인 6조2000억원에 이르고 해마다 10%나 느는 전력수요를 감당하려면 새로 9조원을 빌려야 할 만큼 재무구조가 취약하다”고 강조했다.정부는 따라서 한전의 발전부문을 쪼개 팔아서 생기는 100억달러 정도의 수입으로 재투자를 통해 전력수요를 충분히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왜 개편하려고 하나=한전은 국내 발전량의 94%를 담당하고 송?^배전은 독점해왔다.산자부에 따르면 한전의 자산은 지난 해 기준으로 61조원이다.자산기준으로 세계 5대 전력회사다.한전의 매출은 17조원,당기순이익은 1조원 이상으로 이 수치만 보면 한전은 우량 회사로 보인다.그러나 한전의 부채도 90년대 중반 10조∼15조원 규모에서 지난해 31조원으로 대폭 늘어났다.한전은 90년대 들어 해마다 10%씩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충당하고 부채 원리금 상환을 위해 돈을 계속 빌려써야 했다.총차입금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5조원이고 이 규모는 올해 더 늘어날 전망이다.정부는 “이는 한전이 전기생산을 독점한 결과 생긴 경쟁력 저하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독점 부분을 분할하고 영국·미국·호주처럼 경쟁체제를 도입,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정부는 한전 발전부문을 5개로 쪼갤 생각이다.5개 발전부문으로 나누되 원자력발전 부문만 정부가 소유하고 나머지는 민간에 매각할 계획이다.이를 위해 정부와 한전은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42개 단지의 180기 발전소를 삼천포·보령·태안·하동·당진 발전소를 주축으로 평균 발전용량 770만㎾h가 되도록 나눈다는 계획이다.이에 따라 3만5000명의 한전 직원 중 46%가 발전회사로 이관되고,자산 61조원 중 55%인 34조원(부채 32조원중 17조원)도 발전 자회사로 넘어가게 된다.이것이 1단계다. 2단계는 2002년까지 배전부문 민영화,3단계는 까지 소비자들이 전력회사를 선택,전기를 공급받도록 할 방침이다.

◇파급 효과=첫째 효율제고다.둘째는 해외전력 회사의 발전부문 민영화 참여에 따른 외화수입이 기대된다.발전 자회사당 경영권을 포함,20억∼30억달러의 수입이 들어와 한전의 재무구조 건실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발전·도매부분의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발전 원가의 인하 즉 전기료 인하라는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khkim@fnnews.com 김기환기자

[노조입장]요금 인상 불보듯

전력산업 노조는 한전의 발전부분 분할매각은 정부측 주장과 달리 전기요금 인상과 전력부족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는 이유에서 전력산업구조 개편법안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노조측은 특히 정부가 전력산업의 효율 제고를 위해 한전의 구조개편을 추진한다는 논리에 대해 정부가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등으로부터 차관을 공여받는 조건으로 통신·가스 부문과 함께 전력부문의 민영화를 약속했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반대이유는 요금상승=오경호 전력노조 위원장은 “발전사업부문이 완전 민영화될 경우 전기요금이 지금보다 2∼3배 오를 수 있다” 며 반대논리를 펴고 있다.발전사업의 ‘위험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최고가로 전력을 사들이는 입찰방식(CFO)이 적용될 것이기 때문이다.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등 단가가 많이 드는 발전사업자가 내놓은 전력판매가격이 그대로 소비자들에게 전가돼 요금상승은 불을 보듯 뻔하다는 논리다.

더욱이 현재 5%수준인 투자보수비율이 민영화되면 최소한 11∼12%로 올라간다는 것도 이유다.이렇게 되면 투자보수율을 1%를 올릴 때 전기요금이 4.3배 올라가는 점을 감안할 때 전기요금은 최소 26%가량 인상해야 한다고 전력노조는 지적했다.

◇전력공급 안정성 저해=국내 에너지 자급률이 2.8%에 불과한 시점에서 한전이 민영화되면 국제적 에너지 파동시 국내 수급 불안정은 불가피하다고 경고하고 있다.구조개편을 추진한 영국 등은 대부분 에너지 자급률이 50%를 넘고 전력부족시 다른 곳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민간 발전회사는 당장의 이익만 추구해 자본회임기간이 긴 장기투자를 꺼려 전력공급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전력노조측은 “연평균 전기사용량 증가율이 10%대나 돼 이를 고려할 경우 2015년까지 현재(1인당 4400kwh)의 두배이상의 전력설비가 필요하다”면서 “민간회사가 이를 충당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전력공급에 비상사태를 자초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부 유출=정부는 발전부문이 재벌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대기업의 참여를 배제했다.따라서 20억∼30억달러나 하는 발전자회사를 사들일 수 있는 자금여력이 있는 매수자는 결국 외국인밖에 없다는 게 노조측 분석이다.특히 지금처럼 주가가 떨어진 상황에서 팔 경우 이는 명백히 국부유출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외국인 발전사업자에 의한 전력시장 교란 가능성도 있다.전체 발전용량이 4000만㎾인 시점에 외국인이 2개(1개 700만㎾)의 발전회사만 보유해도 시장에서 가격협상력을 갖게 돼 전기요금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고 노조측은 덧붙인다.

/khkim@fnnews.com 김기환기자
[전문가 입장]졸속안 효과 의문
전력산업의 구조개편 계획은 한국전력공사에 대한 경영진단(한국산업경제연구원·94년7월∼99년6월)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그러나 이는 1993년 10월5일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불과 4개월만에 급조 입안되어 1994년 2월18일 민영화 추진대책 회의에서 ‘공기업 민영화 세부추진계획’이 발표됐다.너무나도 순식간에 이뤄진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어서 각종 부작용이 따를 것이라는 지적이다.다음은 한국경제학회가 올해 초 개최한 ‘새천년에 바람직한 민영화정책’에서 서울대 김태유 교수의 주제발표 요약이다.

◇전력요금 하락할 것인가=요금 하락은 시장경쟁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보고 있으나 경쟁효과가 실질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의문시 된다.안타깝게도 전력산업의 경우 단순히 경제원론서에 제시된 대로 경쟁만 도입하면 무조건 요금이 하락하지 않는다.경쟁으로 요금이 하락할 수 있기 위해서는 그 경쟁이 유효한 경쟁이어야 하는데, 조절된 경쟁 혹은 경쟁구조처럼 가장된 담합이 이뤄질 경우 경쟁의 기대효과는 제대로 발휘된다고 볼 수 없다.실제로 우리 정부의 개편안과 같은 형식으로 구조개편을 단행한 영국의 경우 통합운영되었을 때에 비해 16%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국부 유출에 대한 우려는=국가기간 산업인 전력산업을 해외에 매각할 경우 외국자본에 의한 종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국내 대기업들이 기업구조조정 정책 때문에 부채비율 200%를 달성하기에 급급한 상황에서 자본회수 기간이 30년도 넘을 수 있는 발전사업에 참여할 여력이 없다.민영화는 곧 해외 매각을 의미한다.시기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 수 없는 형편일 때 서둘러 전력산업을 민영화려는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특히 제값을 못받고 매각하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첫째,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로 각종 설비의 자산가치 및 부동산 가격이 저평가되고 있다.둘째는 환율이 800원에서 1200원까지 떨어져 국내자산의 달러표시 가격이 30% 낮아졌다.셋째는 현재 10%수준의 국내 금리가 미래 선진국형으로 5%이하로 낮아질 경우 예상되는 현금흐름이 동일하더라도 자산의 현재가치가 상승할 것이다.

◇인력감축이 구조개편인가=경쟁의 효율과 민영화로 인한 이윤동기에 대한 세인의 기대와는 달리 전력산업의 경우 선진국의 구조개편 결과 실증된 긍정적 효과는 별로 없다.단 한가지 흔히 인용되는 효과로는 전력산업의 인력감축을 들 수 있다.영국의 경우 일부 분리된 전력회사의 인력이 50%까지 감축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이것이 효용성 향상의 효과로서 홍보되고 있다.그러나 독립규제기관의 소요인력, 외부 컨설팅인력 등의 확대를 고려할 때 진정한 인력감축 효과가 어느 정도 인지는 불분명하다.

/김태유 서울대 자원공학과 교수
/ khkim@fnnews.com 김기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