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구계획 이후의 현대건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21 05:23

수정 2014.11.07 12:01


현대건설이 진통을 거듭한 끝에 마련한 1조 2974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채권단이 수용함으로써 일단 발등의 불을 끄게 된 것은 현대건설 뿐만 아니라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다행한 일이다.현대건설은 이 자금으로 현재 5조2000억원의 부채를 연말까지 4조 2000억원대로 감축하면 '투자부적격'으로 낮아진 신용등급을 '투자적격'으로 끌어 올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그러나 이 자구계획이 성실하게 이행된다 하더라도 현대건설이 안고 있는 여러 위기요소가 당장 발본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지난달 30일에 발생했던 1차부도 이후 계속된 사실상의 '부도유예 상황'이 해소 될 뿐이며 중장기적 유동성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금감원과 채권단이 자구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데 반해 시장은 평가를 유보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건설이 내년에 갚아야할 부채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1조 8000억원을 포함하여 4조 1900억원에 이른다.비록 올 9월현재 수주잔고가 22조원이나 되어 앞으로 3년동안 3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 하더라도, 또 내년에 매출 7조 5천억원에 따른 8%의 영업이익을 낸다 하더라도 이 많은 부채를 상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결국 대환이나 회사채 차환발행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신용등급부터 투자적격으로 올라가야 한다. 또 신용등급이 단시간안에 상향 조정되더라도 신용경색이 심각한 현재의 자금시장 상황으로 보아 반드시 현대건설이 기대하는 쪽으로 움직여준다는 보장이 없다.시장이 이번 자구계획에 아직은 냉담하거나 평가를 유보하고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을 살리기 위해 사재까지 출연한 대주주 일가의 강한 의지는 높이 평가되어야 마땅하다.이를 인원감축을 비롯한 구조조정과 경영쇄신을 통해 그동안 누적된 방만경영의 폐해 제거로 가시화할 수 있다면 현대건설은 재기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적자구조인 대북사업의 재검토도 마땅히 포함되어야 한다.성실한 이행을 독려해야할 채권단이 자구계획에 따른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도 전에 성급하게 신규 자금지원 검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그것은 이제 막 '부도유예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현대건설은 물론 국가경제를 위하는 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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