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화내빈의 3분기 경제성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23 05:23

수정 2014.11.07 11:59


올 3·4분기중 우리경제는 지표상으론 여전히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소비와 투자 등 내수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0년 3·4분기 국내총생산’에 따르면 실질국내총생산(GDP)은 전년동기대비 9.2% 증가했다.그러나 내용을 들여다 보면 문제점이 많다.

우선 경제성장률의 수출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소비와 투자가 본격적으로 둔화하고 있다.3·4분기 중에 수출은 전년동기에 비해 23.6%나 증가한데 비해 소비는 5.7%, 투자는 10.7% 증가로 내수침체가 본격화하고 있다.특히 민간소비는 2·4분기에 비해 1.3%가 줄어 98년 2·4분기의 -0.3%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수출의 경제성장 기여율이 99년 3·4분기 38.2%에서 올해 3·4분기엔 65,0%로 지나치게 높아졌다.

문제는 수출이 우리경제를 떠받치고 있으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가격이 하락하고 유가는 치솟는 등 교역조건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으며 20%대에 이르던 수출증가율이 10월 이후 10%대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종별·산업별 불균형이 커지고 있는 것도 우리경제의 문제점이다.제조업이 18.1%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이중 반도체와 통신장비 등 정보통신산업이 52.5%의 높은 성장률을 보인데 비해 여타 제조업은 6.8% 성장에 그쳤으며 건설업은 3·4분기에도 성장률이 -2.6%였다.

미래의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4·4분기부터는 반도체 등 정보통신 부문의 수출이 둔화되면서 경기하강 국면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증시침체와 금융·기업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으로 내수침체도 더욱 심해질 수 있다.여기에 정부가 예정대로 기업·금융구조조정을 이행하지 못하면 대외신인도가 더욱 나빠져 이 또한 경기하락을 부채질할 것이다.가장 우려되는 점은 내수침체와 수출감소세 그리고 구조조정 지연에 따르는 불확실성의 증대라는 3가지 악재가 겹쳐 일본처럼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그렇다고 재정지출을 확대해 경기를 인위적으로 진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오히려 구조조정만 늦추어 미래의 불확실성을 키우기 때문이다.원칙대로 구조조정을 마무리해 금융시스템을 복원시키고 부실기업을 정리하여 시장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안정성장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할 가장 시급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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