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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집권 여당도 유연성을 보여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24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무조건 등원을 선언했다. 지난 여름 자민련의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지원하기 위한 국회법 개정안의 날치기 통과 때 40일간이나 등원을 거부했던 데 비춰볼 때 1주일만에 그것도 조건 없이 국회로 돌아온 이번 결정은 뜻밖이다. 이번 결정이 경제와 민생을 비롯한 국정전반의 위기국면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데서 내린,‘고뇌에 찬 결단’이라면 이 보다 더 다행한 일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정부·여당이 줄기차게 주창해 온 공적자금 동의안을 비롯하여 새해 예산안 등 경제 민생 관련법안이 표류함으로써 파생될 부작용과 후유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 셈이다. 그러나 야당의 등원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 1주일동안 야당이 국회를 외면한 것은 집권여당이 국회법을 무시한채 무리하게 검찰 수뇌부 탄핵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은 데서 비롯되었다. 따라서 야당이 무조건 등원했다 하더라도 여당의 국회법 무시 문제는 해결된 것이 아니라 그대로 남아 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경제 민생 관련법안 조기 처리 못지 않게 중요한 측면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집고 넘어가지 않으면 한나라당 보다 의석수가 적은 민주당의 입장을 생각할 때 정부 여당에 불리한 안건이라면 또 다시 국회법을 무시한 무리한 대응을 할 수 있는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규칙을 무시한 정치는 이미 정치가 아니다.

공적자금 동의안 처리만 하더라도 현재 여야의 입장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더군다나 한나라당은 국회 정상화 이후 검찰 중립화 제도화의 관철,동방금고 사건 등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검찰 수뇌부 자진 사퇴 등을 관철하겠다는 방침과 당장 이만섭 국회의장의 사회를 거부할 태도를 밝히고 있어 회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기국회가 반드시 순항한다는 보장이 없다. 이러한 우려와 정치권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하기 위해서는 야당의 무조건 등원에 대한 여당의 대국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른바 상생의 정치나 통 큰 정치는 상대적인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 쪽만의 노력으로는 결실 되지 않는다. 집권 여당은 스스로 국회법을 무시한 ‘탄핵안 사태’에 대해 대범하게 사과할 줄 아는 금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정치력이며 여당이 주장하는 상생의 정치를 구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