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경제정책´하드웨어´부터 고쳐야

최진숙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26 05:24

수정 2014.11.07 11:58


최근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요동을 치며 1200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경제는 심리적이고 사회적인 현상이다. 이와 동시에 환율은 비경제부문과도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는 점에서 조기경보 시스템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달러대비 각국의 통화는 원화보다 훨씬 더 가치가 하락하였다.
다만 원화의 절상속도에 문제가 있다.지금 우리는 호들갑만 떨 때가 아니고 예의주시할 때다.

최근 동아건설의 법정관리, 현대건설의 조건부 회생과정, 1년간을 끌어온 대우자동차문제, 그리고 구조조정과 공기업민영화의 지연, 각종사회 이익단체의 제몫 챙기기로 인한 사회적인 불안이 환율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97년 외환위기와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러한 형태의 위기는 이미 여러 차례 예견돼왔다.

즉 외환보유고가 바닥난 외환위기와 외부로부터의 충격에 의한 위기는 당분간 없겠지만 국내적 요인에 의한 경제위기는 재발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들이 제기될 때마다 당국자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초가 튼튼하다” “외환보유고가 930억달러에 이른다’는 등 상대적으로 양호한 거시지표를 제시하며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해왔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요즘 경제위기 징후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나고 있어 가슴이 내려앉는다.벌써 서민들은 제2의 경제위기가 다가온 것처럼 느끼고 아마도 우리는 그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정부 당국자들은 위기 이후 2년6개월 동안 우리 경제의 하드웨어를 교체한 것을 가장 치적으로 내세웠다.이는 경제의 기본적인 틀을 바꾸는 것을 의미하는데 올초부터는 소프트웨어를 교체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정부는 따라서 우리경제는 회생할 수 있고, 완전한 경제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게다가 전경련 등 재계를 대표하는 단체들과 대기업 경영자들은 자신들의 이익(경영권위협)을 지키기 위해 정부의 개혁을 늦추는데 일조해 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래서 이들은 모든 노력을 기울였고 신속하게 기업구조조정을 처리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지난 1년 동안 묵살해왔다.

그러나 이제 전혀 반대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우리는 볼 수 있다.현재의 경제상태가 소프트웨어만 고쳐서 회생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없다. 더구나 하드웨어가 고쳐지지도 않았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결과적으로 지난 1년간 경제정책은 총체적으로 정책을 실패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할 것이다.

이 책임은 당국자들 가운데 누군가는 져야 한다.그리고 ‘개혁피로군’ 운운하며 경제의 구조 개혁을 교묘히 지연시킨 일부 정치인 등 반개혁세력들도 책임을 통감하여야 한다.

최근 사태를 야기한 현대·동아·대우, 워크아웃 과정에 있는 기업들 등에 대한 문제 해결을 법과 제도에 의해 원칙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린 결과다.

아직도 기업의 퇴출 판정에 대한 엄격함과 공정성이 떨어지고, 용두사미식 구조조정에 대해 비판의 소리가 높다.기업에 대한 건전한 경영을 도모할 수 있는 사외이사제도의 권한강화 등을 위한 집중투표제와 집단소송제도 등도 여전히 개혁대열에서 빠져있다.

그리고 법정관리 및 파산법 등의 문제점이 우리경제에 짐이 되고 있고, 기왕 투입하기로 한 공적자금의 투입지연이 시스템안정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그동안 개혁이 제대로 되었다고 평가할 만한 치적은 어디에도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위평량 경실련 정책부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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