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구멍 뚫린 금융감독 기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27 05:24

수정 2014.11.07 11:57


정현준 게이트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다시 발생한 대형 신용금고사고는 금융감독기능에 허점이 있음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표면적으로 한스종금을 단돈 10달러에 인수한 것으로 나타난 진승현이라는 벤처기업가가 ‘열린금고’라는 신용금고를 인수해 거액의 고객돈을 마음대로 빼돌려 재테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문제는 금융감독당국이 열린금고의 불법대출 사실을 지적하고도 봐주기식 징계에 그쳐 사실상 금융사고를 방조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9월 열린금고에 대한 1차검사 때 338억원,올 3월 2차 검사에서 300억원,이달 3차 검사에서 377억원의 불법대출을 적발했다. 그러나 영업정지 등의 엄격한 조치는 취하지 않고 매번 형식적인 징계를 하는 바람에 똑같은 불법대출이 거듭 발생하도록 만들었다.

조사된 바에 의하면 진승현씨는 자회사인 열린금고,지분출자회사인 코리아온라인,한스종금 등을 통해 총 2544억원 이상을 불법대출 받은 것으로 집계돼 정현준씨가 동방·대신금고에서 총 673억원을 불법대출 받은 것에 비하면 3.8배나 규모가 크다.


연이어 터지는 대형금융사고를 보면서 일반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하기만 하다. 금융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금감원이 수차례나 불법대출 사실을 적당히 봐주었다는 사실은 비난 받아 마땅하며 금융감독을 제대로 하는데 필요한 책임감과 도덕성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케 한다.

금융감독기능이 바로 서지 않으면 금융질서는 물론 시장경제질서의 확립도 기대하기가 어렵다. 최근 우리나라 경제주체들의 집단이기주의도 따지고 보면 이와 같은 대형금융사고에 따르는 금융감독기능과 공권력에 대한 신뢰성 상실이 원인이 되고 있음을 당국은 알아야 할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의 도덕적해이가 심하면 근로자들도 개혁에 따르는 고통분담보다는 제 몫 찾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신용금고의 불법대출을 방지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사고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격히 처벌해야 함은 물론 부적격자가 신용금고를 편법인수하지 못하도록 경영권 인수후보자에 대한 자격을 강화하는 것이 타당하다.
또한 뒷처리식의 감독보다 시장에 대한 사전정보조사 등 감시체제를 강화해 예방적 감독체계가 구축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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