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市銀 2001년 클린뱅크화 차질…은행별 4000억―5조규모 워크아웃 여신 처리못해

이영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28 05:25

수정 2014.11.07 11:57


시중은행들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여신을 포함한 부실채권 처리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부분의 은행들은 적게는 4000억원에서 많게는 5조원 가량의 부실채권을 올 연말까지 정리할 계획이다.그러나 이들 여신중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워크아웃 여신의 경우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건데다 ‘고정’이하 일반여신도 대손상각 외에는 뾰족한 방안이 없어 부실채권 감축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워크아웃 여신이 많은 은행을 중심으로 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CRV)를 설립해 부실채권을 털어낸다는 계획이지만 연내 출범이 불투명해 당분간 부실채권 감축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또 상각처리될 일반 부실여신도 50%정도의 충당금밖에 적립되지 않아 상각에 따른 영업손실이 예상된다.

◇워크아웃 여신 처리 막막하다=워크아웃 여신이 상대적으로 많은 한빛·조흥·외환·평화은행 등이 올 연말까지 계획한 부실채권 감축규모는 10조8000억원.이중 워크아웃 여신은 한빛 4조원, 조흥 1조300억원, 외환 2조3000억원, 평화 4400억원 등으로 8조2000억원에 달한다.국민·하나·한미 등 나머지 은행들도 워크아웃 여신이 2000억∼8000억원으로 부실채권 전체의 절반을 넘고 있다.

은행들은 당초 자산건전성을 높이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워크아웃 여신을 올 연말까지 처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방법은 자산관리공사 직접 매각이나 자산관리공사 또는 은행권이 공동으로 설립하는 CRV 매각.그러나 일단 자산관리공사 매각은 물건너간 상태다.금융감독원이 지난 25일 시중은행들이 워크아웃 여신을 자산관리공사에 무더기 매각해 부실을 털어내려는 것은 워크아웃 기업의 회생지원을 회피하려는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라며 쐐기를 박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관심은 자산관리공사나 은행권이 공동으로 설립을 추진중인 CRV 매각에 쏠리고 있다.그러나 이 방안에 대해 금융권과 금융당국은 올해안에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시중은행 관계자는 “CRV 설립과정에서 출자가격, 출자지분에 대한 평가, 평가가격과 관련된 담보권자와 비담보권자간 이견 등이 불가피해 합의점 찾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상각 외엔 뾰족한 방법이 없다=은행들은 올 연말까지 워크아웃 여신을 포함한 부실채권을 조기 정리, 내년부터 클린뱅크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원금과 이자보전이 제대로 안되는 부실채권을 계속 끌고 갈 경우 은행 건전성은 물론 BIS 비율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그러나 부실채권 감축이란 각론에 들어가면 대손상각을 통해 영업손실로 털어내는 방법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데 고민이 있다.조흥은행은 대우계열 및 워크아웃 여신 1조300억원중 충당금 적립이 안된 4500억원을 대손처리할 계획이며, 외환은행도 총 4조원중 25%인 1조원을 대손상각할 예정이다.신한·국민 등도 1000억∼4000억원 가량을 상각할 방침이다.시중은행 관계자는 “상각은 결국 은행의 부실채권을 손실로 처리하는 것”이라며 “충당금이 적립된 경우는 별 문제가 안되지만 충당금 적립이 안된 경우 은행수익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 ykyi@fnnews.com 이영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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