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정책 비판도 유언비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29 05:25

수정 2014.11.07 11:56


경찰은 ‘정부 금융정책에 대한 비난’까지 유언비어 대상에 포함시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출처와 근거가 불분명한 유언비어가 사회 불안감을 조성하고 경제질서를 교란시킨다면 단속해 마땅하다. 그러나 경찰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유언비어가 사회불안감을 조성하고 경제질서를 교란시키는 것이 아니라 불안한 사회,질서가 교란된 상황이 유언비어를 양산시킨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경찰의 대대적인 유언비어 단속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며 더군다나 정책에 대한 비난·비판까지 유언비어로 분류한 것은 ‘반정부적 발언을 공권력으로 차단하려 든다’는 또 다른 ‘유언비어’를 낳을 소지로 작용하기 쉽다.

유언비어의 사전적 의미는 ‘뜬 소문,터무니 없이 떠도는 말,아무 근거 없이 널리 퍼진 소문’이다. 따라서 그 범위와 단속 근거가 모호할 수밖에 없다.
근거 없는,터무니 없는 뜬 소문이 퍼지는 것은 무엇인가를 숨기려는 사회,정보가 차단된 사회의 한 속성이다. ‘유비통신’과 ‘카더라 방송’이 공식 발표나 보도보다 훨씬 진실과 진상을 담고 있었던 우리의 지난 시대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유언비어가 난무’한 것은 권력층이 치부를 숨기고 호도하기 위해 국민의 눈과 귀,그리고 입을 공권력으로 차단한 데 따른 반작용이었다. 이렇게 볼 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유언비어의 확산이 아니라 그것을 진실로 믿는 풍조에 있다.

집권여당의 리더십 부재,검찰 수사에 대한 불신,국민의 혈세를 재원으로 한 공적자금을 쏟아 부으면서도 지지부진한 구조조정,금융노조 파업을 수습하면서 ‘이면 약속이 있었다,없었다’는 당사자간의 공방,황장엽씨와 국정원의 마찰,북한 함정의 월경 사실을 숨기려는 당국의 불투명한 자세 등등이 바로 유언비어의 진원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근거 없고 터무니 없는 뜬 소문은 저절로 소멸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소멸되지 않고 계속 확산되는 것은 진실이 가려져있기 때문에 대중이 그것을 진실로 믿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유언비어라도 사회대중의 공통된 의견으로 집약되면 여론이 된다. 이를 차단하는 것은 경찰력이 아니라 지금 팽배해있는 불신을 제거하는 데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금융정책에 대한 비난과 비판까지 대상으로 삼는 유언비어 단속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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