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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경제를 살리자―대구]섬유·건설 붕괴…주도사업이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30 05:25

수정 2014.11.07 11:55


“대구에는 경제가 없다.”

대구지역 최대 건설업체인 우방이 무너지자 대구시민들은 할말을 잃었다. 여기에 대우자동차 부도와 삼성상용차 파산으로 이 지역 공단마다 일감이 급속히 줄어들고 휴·폐업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97년부터 문을 닫은 청구, 보성과 함께 대구건설업계 ‘빅3’였던 우방은 협력업체 1300여개, 관련종사자만 1만3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이 지역경제 최후의 보루였다.

지난 95년 이후 섬유산업 침체와 외환위기가 겹쳐 대규모 섬유업체가 대부분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화의에 들어간데다 우방마저 무너지자 이 지역경제는 최악의 수준으로 떨어져 버린 것.

대구경제를 지탱하는 두 개의 중심축이 무너진 것이다.

여기에 이 지역 유일한 대기업인 삼성상용차의 파산절차에 따라 1300여명의 직원들과 50여개 협력업체의 3800여명의 근로자들은 연쇄도산과 고용불안에 떨고 있다.


또 대우자동차 부도로 대우차 협력업체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달성산업단지의 경우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라인을 줄이는 업체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어음부도율이 치솟는 등 연쇄부도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공단 관계자는 “대우차 부도처리 이후 대우차 관련 29개사의 평균 가동률이 88%에서 50%로 떨어졌고, 공단전체의 가동률도 10%가량 줄어든 75% 선으로 떨어졌다”며 “조만간 국제통화기금(IMF) 당시 73%이던 사상 최악의 가동률 기록도 넘어설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역 섬유업체도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대구건직물조합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선진국처럼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로 넘어가기 위한 구조조정 노력이 미흡했다”며 “이에따라 갑을, 동국, 대하, 금강화섬 등 선두주자들이 잇따라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가 대구지역 섬유산업 부활을 위해 6800억원 규모의 ‘밀라노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으나 이 또한 디자인 등 첨단기술을 단기간 내에 확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 회의적이다.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각종 경제지표도 빈사상태에 놓인 대구경제를 그대로 옮겨놓고 있다.

통계청 경북지사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대구지역 실업자는 4만9000여명인데 법정관리 및 청산대상업체의 대다수가 고용유지를 위한 각종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실업자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1인당 총생산(GRDP)도 지난 92년 이후 7년째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98년 대구의 1인당 GRDP는 587만3000원에 그쳐 전국 평균의 64.2%수준으로 최하위, 90년대 들어 지속적으로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구는 빚도 많다. 대구시의 부채는 6월말 현재 1조3929억여원으로 서울,부산에 이어 3번째이고 지난 98년 예산대비 40.9%이던 부채비율이 2년만에 50.5%로 1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지역의 생산성도 문제. 전국의 경우 산업생산지수는 지난 97년 113.6에서 올해 158.4로 크게 높아졌으나 대구지역의 산업생산지수는 지난 8월 87.6으로 97년 96.6보다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 인해 대구지역의 자금도 바닥났다.
올해 9월 어음부도율은 1.77%로 전월보다 1.16% 급증했고 이는 IMF관리체제가 시작된 지난97년 12월 0.56%보다도 2배나 높은 수준이며 전국 0.46%보다도 4배나 높은 수준이다.

대구경제를 살리는 길은 산업구조개편이 유일한 대안이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다.
대구상공회의소 김규재 부회장은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해양중심의 물류체제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dbyuck@fnnews.com 김대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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