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하는 실물경기 위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30 05:25

수정 2014.11.07 11:55


지난 9월부터 하강조짐을 보이던 실물경기가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중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생산증가율이 지난 8월 24.6%에서 10월에는 11.5%로 크게 떨어졌다. 소비를 나타내는 도소매 판매증가율도 4.9%로 지난 9월의 6.1%보다 악화됐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지난 8월 82.0%에 달하던 것이 10월에는 76.4%로 두드러지게 하락했다. 반면 제조업체의 재고율은 지난 7월 72.2%에서 10월에는 80.3%까지 올라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이렇게 실물경기가 급속히 위축된 것은 국제 반도체가격 하락,국제유가 상승,미국주식시장 하락세 등 대외적 요인이 좋지 않은 데다 대내적으로는 구조조정 지연에 따른 경제적 불안심리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의 하강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우리경제의 성장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특히 소비부분의 급속한 위축은 일본식의 장기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 우려가 되는 것은 지금까지 우리경제를 떠받쳐 온 수출이 최근 둔화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이다. 지난 10월 중 수출용 출하증가율이 12.6%로 3·4분기 평균 32.5%보다 크게 하락했다.

내년 상반기 경기는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제2차 기업·금융구조조정의 후유증이 집중되는 데다 내년도 수출전망까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시장불안과 기업의 자금경색 등으로 소비와 투자심리는 더욱 얼어붙게 될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의 위축 등 대외수출여건은 악화돼 상반기 무역수지가 적자가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까지 한다.

급속한 실물경기의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내년도 예산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는 등 부분적 경기활성화 조치로 지나치게 위축된 소비·투자심리를 일으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나친 경제심리의 위축은 경기의 연착륙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기업과 금융구조조정을 철저히 추진해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이다.
구조조정을 확고히 추진해야만 대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신뢰성을 얻을 수 있고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으며 이것이 가장 좋은 경기대응책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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