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은행 후순위채 4조6000억…BIS의식 마구잡이 발행 경제악화 불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2.01 05:26

수정 2014.11.07 11:54


시중은행들이 올들어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앞다퉈 발행한 후순위채권 규모가 4조6000억원을 넘어섰다. 이같은 마구잡이식 고금리 채권 발행으로 은행수익성은 장기간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말까지 은행권이 발행한 원화 및 외화 후순위채권 총액은 4조606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원화후순위채권 총액은 2조8660억원이며 외화후순위채권은 14억5000만달러로 원·달러 환율을 1200원으로 잡았을 때 1조7400억원에 달한다.

은행별로는 한빛은행이 올해 외화채권 8억5000만달러(1조200억원),원화채권 3000억원 등 총 1조3200억원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해 그 규모가 가장 컸다.

다음으로 국민은행이 7000억원어치를 발행했으며 이어 주택(6660억원),조흥(6300억원),하나(5000억원),외환(3900억원),신한(3000억원),한미(1000억원) 등의 순이었다.
제일·서울·평화은행은 올해 후순위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이처럼 후순위채 발행이 러시를 이룬 것은 은행들마다 보완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를 통해 BIS 비율을 높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순위채권은 금리가 연 10% 안팎에 이르는 고금리채여서 영업수지에 부담을 주게 된다.
더구나 기한부 후순위채권은 1년마다 채권 총액의 20%씩 자본에서 차감해야 하기 때문에 BIS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년에 한번씩 차감액 만큼 재발행을 하거나 다른 자본확충 방안을 찾아야 하는 등 은행들의 경영어려움을 가중시킬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H은행 자금담당 관계자는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단기적으로 BIS비율을 높일 수 있으나 영업상황이 안좋은 은행의 경우 고금리라는 부담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BIS비율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 김동환 박사는 “우량은행들의 경우 후순위채권 발행을 통해 2차 금융구조조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며 “그러나 근본적으로 영업을 제대로 해서 이에 따른 이익잉여금으로 자기자본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 donkey9@fnnews.com 정민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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